■ 중리소류지에서 - 2003. 8. 25(월)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안 도현님의 가을 엽서.
전날 밤부터 내린 폭우 탓에 하늘은 흐리지만 세상은 참 맑고 깨끗한 8월의 마지막 월요일.
날은 밝았지만 그칠 줄 모르는 가랑비에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1시(P.M)가 넘어서야 물가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장소는 치락님께 안내받은 중리소류지 일명 향어못.
나도 노지 향어를 구경 할 수 있을까하는 기대반 설레임반으로 그 곳에 도착하니 평일에다 날씨도 흐린데 왠 낚시꾼이 세분이나
계십니다. 역시 이 곳에도 환자가.. ^^
이 곳은 몇년전 부터 종종 왔었지만 향어가 서식한다는 것은 미처 몰랐기에 더욱 기대가 컸습니다.
먼저 오신 분들의 조과가 궁금해 중류 곶부리에서 낚시중이신 조사님께로 다가갔습니다.
다행히 살림망이 담궈져 있습니다. 먼저 양해를 구하고 확인하니 붕어는 몇마리 없고 씨알좋고 맛깔스런(?) 빠가사리(동자개)만
다수 있었습니다.
"빠가사리(동자개)로 매운탕 끊이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며 넌즈시 말을 건네고 어젯밤 상황을 물어 보았습니다.
대구에 거주하며 얼마전 지인으로 부터 이 곳에서 34, 37을 걸었다는 얘길 듣고 물어 물어 왔지만 조과가 시원찮다고 하셨습니다.
미끼는 새우, 참붕어, 메주콩, 옥수수등 대물용만 사용하셨더군요.
곧 대구조사심 철수하시고 자리를 이어받았습니다.
중층을 시도하기 위해 2.5칸 한대를 펼치고 수심을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바닥 수초가 너무 많아 채비 안착이 쉽질 않습니다.
겨우 고른 바닥을 찾아 딸기 글루텐으로 붕어를 유혹하였습니다. 곧 입질이 옵니다. 13cm 붕어가 앙탈을 부립니다.
다시 던지니 또 수초에 걸려 찌가 서질 않습니다. 할 수 없이 2.5, 2.9칸(바닦채비)을 다시 거총하고 글루텐을 작고 단단하게 달아
던졌습니다.
이번에도 바로 입질이 들어옵니다. 힘껏 당겼더니 왠걸 뭔가 바늘에 대롱 대롱-- 달려 내 얼굴을 향해 힘차게 날아옵니다.
손가락 붕애가 내게 살며시 미소를 띄웁니다. 몇년 후를 기약하며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잠시 입질이 없습니다. 지루해 질 즈음에 찌가 살며시 잠깁니다. 이번엔 힘을 쓰는 놈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18cm 붕애---
빗방울을 뚫고 잔잔한 멜로디가 귓전에 울려 퍼집니다. 덜렁군님이 오신다는 반가운 소식 !
잠시 시계를 보니 분침은 4시(P.M)를 향해 분주히 돌고 시침은 시치미 떼 듯 느릿느릿 게으름을 피웁니다.
여전히 비는 내리다 멎기를 반복합니다. 멀리서 부르릉-- 요란한 엔진소리가 들려옵니다.
빨간색 스포츠카(아토스)에서 내리시는 덜렁군님 역시 멋있습니다.
구릿빛 피부에 흰 와이셔츠 그리고 타이를 풀고 여유롭게 걸어 오시는 모습이 마치 헐리웃 배우 못지 않습니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적당한 자리를 안내해드렸습니다.
잠시 며칠전 상당한 조과에 관한 얘길 나누며 향어를 위해 각자 자리로 이동하였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향어사냥을 위한 결전의 시간입니다.
천하무쌍+새우가루+GTS, 그리고 딸기맛글루텐 짝밥으로 열심히 밑밥을 뿌렸습니다.
곧 향어가 아닌 씨알 좋은 7치급 황금붕어가 올라옵니다. 덜렁군님의 피부에 버금가는 구릿빛 붕어입니다.
연이어-- 4치급 붕어 두수 추가 후 말뚝입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계신 덜렁군님 연신 붕애-- 들과 열애 중이십니다. 너무 팔짱을 꼭 껴서인지 팔이 아픈 모양입니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 하늘의 붉은 노을에 어둠이 밀려옵니다.
이제 떠날 시간이 온 듯 합니다.
장비를 챙기며 어느 조사님이 남기고 간 흔적을 검정 비닐에 차곡 차곡 담았습니다.
비에 젖은 신문, 담배 꽁추, 쓰다 버린 낚시 채비, 떡밥 봉지 등 버려진 양심이 어느새 가득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떡밥을 크게 달아 던지고 담배를 한대 태우니 이처럼 세상이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오늘 구릿빛 반가운 님과 참한 붕어도 보고 붉은 노을도 보았으니 저는 너무나 행복한 사람입니다.
※ 언제든 어디든 누구든 아니온 듯 다녀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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