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앗쌈바리를 걸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6시다. 자리에 돌아와서 앉아도 입질이 시원치 않았다. 내가 조용히 자리를 약 100m 정도 아래쪽으로 옮기니 정면 앞쪽에서 둥근 해가 솟아오른다. 그런데 상류 수몰 나무가 있고 수초가 듬성듬성 있는 곳에서 철버덕거리면서 난리 부루스다. 산란을 하느라고 붕어가 뒤집는 소리인 것 같다. 붕어가 산란을 시작하면 입질이 없다고 하는데, 고민스럽다. 지난 번 공동 구매한 편광 글라스를 끼니 찌가 선명하게 보인다. 떡밥은 겉보리와 글루텐 3을 두 바늘 채비에 각 바늘로 달았다.
이틀 째
21대에서 찌가 슬며시 솟는다. 채니 18cm 정도의 토종붕어이다. 내 손바닥이 바로 자이다. 손바닥에 올려놓고서 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25대에서도 솟는다. 쉴 틈을 주지도 않고서 연속으로 솟아오른다. 2m 수심인데도 몸통까지 솟아오르다가는 벌렁 자빠진다. 내가 연속으로 걸어내는 것을 보고서 두 사람 모두 다 자리를 옮기려고 내 자리 곁으로 와본다. 그런 순간에도 연속으로 입질이 일어난다. 그러니 모두 다 자리를 옮겨야 되겠다 하면서 나의 좌 우 옆으로 옮겼다.
이제부터는 세 사람이 서로 경쟁을 하듯 연방 챔질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야말로 찌 솟음이 환상 그 자체다. 슬며시 솟아오르다가는 그냥 자빠진다. 이를 일러서 "앗쌈바리를 건다."고 하는데(아마 국어사전에 찾아봐도 없으니 일본말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해본다. : 씨름 용어에서 우리들이 발로 걸어서 자빨트리는 모습을 이렇게 말하고 있음), 밤에는 달 때문에 제대로 찌 솟는 구경을 못하다가, 낮인데도 찌가 점잖케 솟아오르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냥 몸통까지 솟아오른 뒤에 채도 바로 걸린다. 9시경 아침을 위하여 자리를 떠나면서 대충 확인을 하니 70여 수가 되는 것 같았다.
초보가 나의 왼쪽에 앉았는데, "김선생님! 여는 물 반 고기 반이네요..., 내가 고기 이렇게 많이 잡는 것이 처음입니다."하면서도 연신 올린다. 또 방심을 했는지 옆의 대를 감았는 모양이다. 혼자서 애를 먹는 것을 보니 안타까워서 내가 옆에 가서 먼저 찌부터 뽑고서 엉킨 줄을 풀어준다. 고맙다는 소리도 할 줄을 모른다. 그냥 즐거운 모양이다.
나의 오른 쪽에 앉은 정형은 "차말로 우리가 여기 오기를 잘 했심더. 내조지에 갔으면 아마 지금쯤에 자리를 옮긴다고 난리가 났을 낌더."한다. 21대, 25대 29대를 펴서 낚시를 하다가 도저히 감당이 어려우니 짧은 21대를 걷는다. "핑"하는 소리가 나면 한 마리를 걸었다. 한 대를 걷더니만 2분이면 한 마리를 걸어 올린다. 아마 지금까지 낚은 붕어가 나보다도 훨씬 많으리라고 생각을 한다. 아마도 나와 이렇게 장박을 가서 나보다도 고기를 많이 낚은 일이 없기에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 보인다. 이래서 이날 낮에 낚은 고기만 해도 100수가 넘었다. 여전 같았으면 낮에는 바둑을 두면서 쉬었는데, 이번에는 바둑두자는 소리를 않는다. 식사하면서 술을 마셔서 술에 취해서 잠을 자기가 일수였는데, 밤에는 달이 밝아서 못하였으니 낮에라도 해야지...... 낯과 밤을 가리지 않는다.
토요일 오기로 한 사람이 있어 연락을 해야 하는데 통화가 불량이다. 하는 수 없이 문산까지 가서 물건을 조금 사고 전화를 했다. 우리가 송곡지에 있으니 그리로 오라고.
오후 4시 정도만 되면 해가 뒷산으로 넘어가니 한결 시원하다. 이때쯤이면 바람이 불기 시작하여 물결이 장난이 아니다. 옆에서 내보고 "김선생님은 물결이 일어도 잘 걸어내네요!"하면서 "나는 입질인지 아인지를 모르겠네요."한다. 하기사 초보가 나를 보고 말을 해도 내가 뭐라고 응수할 말이 없다. 이미 나는 마음속으로 이번 조행길에서 만은 사부라고 부르기로 생각을 하였으니 말이다...... 나의 찌는 야간 전용 찌인데 밤낚시를 위한 찌라서 시인성 도료를 찌의 톱에는 칠하지를 않았다. 하기야 밤에는 솟아오를 때에 케미컬라이트의 불빛을 보고서 채면 되니 말이다. 그래서 주간에는 연두색의 주간 케미컬라이트를 사용하고 있다. 옆에 있던 정형이 "김선생님 그 케미컬라이트는 어디가면 살 수 있습니까?"한다. "요즈음에는 아무 낚시 가게에 가도 아마 있을 겁니다."하니 "붉은 색보다도 더 선명하게 잘 보이네요."한다. 하는 수가 없어 나의 연두색 케미컬라이트 몇 개를 주었다. 요즈음에는 게을러서 주간 전용의 찌로 바꾸지도 않는다. 이미 체력의 한계에 다달았는가 싶다.
주, 야를 막론하고 찌가 속하고 잠기는 때에는 대물이 걸리고 있고, 앗쌈바리를 걸어서 자빨트리는 입질에는 중치들이다.
2일째의 저녁이다. 나는 9시까지 10여 수를 한 뒤 잠자리로 돌아가니, 오른쪽의 정형이 "나는 20수를 하고서 자겠습니다."한다. "그럼 지금 몇 수를 했습니까?"하니 8수를 했다고 한다. 내가 옆에서 들으니 "마이너스 몇이고, 마이너스 얼마다"라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 바로 자기 목표에서 감해 가는 숫자였던 것이다.
2일째까지의 조황은 내가 150여 수고, 초보는 80여수고, 정형이 200여수가 되는 것 같았다. 살림망에는 붕어가 알을 쓰려서 노랗게 붙어있다. 더러 큰놈을 낚아서 쥐면 알을 쫙 쏟아내어서 바지가랭이에 쏘아버린다. 바로 닦아도 잘 지지가 않는다. 아마도 산란장을 오르락 내르락 하는 길목에다 우리 일행이 앉았는 모양이다.
2003. 9. 4
만만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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