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출발해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양산 IC에 내려서니 불과 17분 남짓 걸렸다. 너무 밟았나?
촐조 때 안 밟으면 꾼이 아니지.
양산 IC에서 내려 양산 시내 쪽으로 좌회전하여 양산 시내 방면으로 직진하다가 오른쪽에 어곡 공단으로 들어가는 양산대교가 보인다.
그곳서 우회전하여 어곡 공단으로 진입하는 양산대교를 지나며 보니 이미 많은 낚시꾼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잘 나오긴 잘 나오는 가보다. 회심의 미소가 절로 나온다.
양산대교를 건너 우회전하여 직진하면 국도가 직각으로 꺾여 좌회전하는 고려제강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어곡 공단을 관통하여 신불산, 밀양댐으로 넘어 가는 길이다.
직진하면 지방도로로 넥센타이어 쪽인 상류로 가는 길.
여기서 오른쪽으로 공사차량을 위해 임시로 뚫어 놓은 비포장 둑길을 타고 넘는다.
바로 공단 쪽에서 흘러온 하천이 합류하는 지점인 코카콜라 앞 양산천이다.
도착시각이 6월 12일, 금요일 오후 4시 30분.
이곳이 양산천 부근에서 제일 명소라 한다.
벌써 앉을 자리 없이 꾼들이 빼곡히 들어 차 있다.
먼저 릴대로 고사포 진지를 구축한 릴낚시꾼이 눈에 거슬린다.
그 양옆으로 내림낚시를 하는 서너 명의 꾼들이 포진하고 있다.
하천으로 내려서 개울 건너 좌회전하여 북쪽 상류로 올라가는 곳들이 다 소문난 낚시자리들인데 그곳들은 며칠 전까지 잘나왔으나 최근 입질이 끊어졌다고들 했다.
양산대교 쪽 비포장 길로 차를 몰고 내려가며 꾼들의 조과를 체크해 봤다.
많이는 5~6수, 더러 빈 망태기도 보인다.
아침 일찍부터 자리 잡고 낚시한 이들은 20cm급 붕어들로 살림망에 실팍하게 담아 놨다. 살림망에 들어 앉아 있는 녀석들은 하나 같이 때깔 좋은 토종붕어들이다.
그러나 대개가 빈작이다.
오후부터 제법 세게 불기 시작한 남서풍에 고전하고 있단다. 남서풍이 불면서 간간이 오던 입질마저 뚝 끊겼다는 것.
김이 팍 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무성한 갈 숲 사이로 빠끔히 드러난 낚시자리가 더러 비어있다.
옳다구나 싶어 수심 체크를 해보니 ‘에~혀, 빌어먹을’. 수심3~40cm에 불과.
찌 세우기도 힘들다. 어쩐지 비워 놨더라니…….
양산대교 쪽으로 한참 내려가니 긴 보가 나타난다.
보에 이르러 갈 숲이 없는 곳에 빈자리가 보인다.
낚시자리 부근 여기저기 수심을 체크해 본다. 얼추 1m 남짓.
내가 초여름 시즌 제일 좋아하는 수심층은 1m20cm에서 2m 사이. 아쉽지만 가까스로 1m 정도의 수심을 간신히 보여준다.
그나마 부근에선 유일한 빈 곳이라 대를 펼치기로 한다.
이때가 오후 5시.
그런데 차를 길가에 바싹 붙여 놓고 장비들을 내리다 보니 주위가 온통 쓰레기 판이다.
케미라이트 봉지며, 버리고 간 장화, 사탕봉지 등등을 주섬주섬 주워 담고 있는데, 이런 ‘베라무글!’ 아니나 다를까 폭탄이 나타난다.
다름 아닌 소각의 지저분한 흔적들.
페트병이랑 캔들을 마구 섞어 같이 태운 검댕이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다 쓸어 담고 치우고 나니 온 손바닥이 찐득한 검은 기름때 투성이다.
애~혀, 아무리 좋은 환경의 낚시터면 무엇 하나? 제가 가져온 쓰레기들 제 것만 들고 가도 이렇진 않을 건데.
또 태우기는 왜 태우냐? 태우며 뿌려지는 맹독 가스는 또 어디로 가냐?
남은 잔재들은 또 어떡하냐? 치우는 사람 골병들게 시리. 딱도 하다.
마음 가다듬고 이제 홀가분하게 낚시 시작.
28낚싯대에 원줄 1호에 유동찌 채비를 달고,
합사 쌍바늘채비로 붕어바늘 7호에 글루텐3+5에 마늘가루를 약간 섞은 미끼를 무르게 반죽해 달았다.
한 대를 펼쳐 30분 정도 집어를 위한 부지런한 헛챔질, 헛챔질.
어느 정도 바닥 포인트를 형성했다 싶었으나 입질이 없다.
다시 32낚싯대 추가 동원.
근 한 시간에 이르도록 헛챔질을 통한 밑밥 공수 작전전개. 그러나 잠잠.
또 다시 32대 더 동원해 삼지창 전략 수립.
그러나 또 잠잠.
같이 데리고 간 딸아이에게 28낚싯대를 다시 한 대를 펴서 건네주었다.
이제 모두 네 대의 낚싯대가 붕어를 꼬드기고 있다.
그러나 역시 잠잠, 잠잠, 잠잠.
곧 싫증을 느낀 딸아이가 한참이나 부산을 떨더니 라면을 다 끓였다고 먹잔다.
낚시터서 먹는 라면이 제일 맛나다나 뭐라나.
어라? 저 녀석 저러다가 진짜 낚시꾼이 될라……. 은근히 조바심이 난다.
해 질녁이면 잘 줄 알았던 남서풍이 오히려 더욱 세졌다.
받침대에 걸어둔 낚싯대를 벗겨 버릴 정도의 바람도 간혹 분다.
수온 떨어뜨리는 샛바람이 아닌 담에야 어떠랴 싶긴 했지만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하짓날이 다가오니 낮이 참으로 길기도 하다.
오후 7시에 이르렀으나 아직 훤한 대낮이다.
그동안 찌눈금 한마디 올리는 입질을 단 한번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곳에선 지금 2차 산란중이랬지?
해 떨이지고 사위가 어둑해지면 곧 만삭의 부풀은 배를 안고, 은빛 찬란한 화려한 어체의 붕어가 슬슬 나타나겠지.
느긋이 기다려 본다.
해가 황혼 속에 사라진지가 한참인데 마땅히 돌아서야 할 바람은 아직도 설쳐대고 있다.
그 바람을 못이긴 꾼들은 서둘러 봇짐을 싸고 있고,
돌아야 할 바람은 돌지 않고 있으니 내가 돌아 버릴 지경이다.
어두워졌다.
그러나 하천 건너 병원의 네온사인과 가로등을 비롯한 도시야경으로 낚시터는 그야말로 조명 잘 받는 무대 위랑 똑 같다.
보에 막힌 바람으로 수면이 다른 곳에 비해 덜 까불긴 했지만
수면 위로 떨어지는 불빛들이 건들거려 찌톱의 케미라이트가 툭하면 사라져 애먹인다.
그래도 경관 하나는 일품이다.
하지만 4개의 찌는 하나같이 미동도 안한다.
설쳐대는 게 온통 발정 난 모기들뿐이다.
최 교수의 현장실황 중계는 ‘뻥’이었나? 안회장의 장담은 ‘구라’였나? 여기 말고 양산천이 또 있었나?
미끼를 잘 못 썼나? 아까 쓰레기 치우고 나서 검댕이 묻은 손가락으로 미끼를 달았기에 덜 씻은 화근내가 문제인가?
온갖 생각들이 다 왔다 갔다 한다.
“괴~기가 없는 갑~다.” 지겨움에 지친 딸아이가 내 뱉는다. 억양에 뼈가 있다.
“욜마야, 낚이면 좋고, 안 낚이면 더 좋은 게 낚시라 했다 앙이가?”
“그러세유~? 글타면 지금 기분이 꽤나 좋으신가 보~쥬?”
“구~럼!” 능청스럽게 받아치긴 했다만 사실 나도 기분이 꽤나 안 좋았단다.
애간장이 탄다.
지난해의 노지낚시 13전 전패의 악몽이 떠오른다.
밤 9시.
조과, 아니 찌올림 전무.
물어나 보자, 최 교수께. 어제의 실황중계의 진실성을 따지듯 확인이나 해보자.
“교수님, 저 올씨다. 말씀하신 자리로 왔는데요, ‘빵’입니다. 왜 이런 가요?” 조금은 삐딱하게.
“나도 낚시 중인데요?” 헉, 오늘도 낚시 중이란다.
“어디신데요?”
“둑 위로 철탑 두 개 보이죠? 그 밑에 있는데요?” 얼씨구, 그럼 바로 우리 이웃에 앉아 계신 거네?
한걸음에 찾아 갔더니 환한 얼굴로 맞이한다.
우선의 관심사는 길게 물 쪽으로 드러누워 있는 그의 그물 속 상황.
아마 별 수 없을 걸, 낄낄.
“몇 말 했습니다.” 라며 그물을 드는데 아이쿠, 이게 웬일?
묵직한 살림망을 들어 올리자 ‘괴기’들이 푸다닥 거리고 난리가 났다.
얼추 ‘워리’도 몇 마리 보인다.
흠, 어제 잡은 것인가 보다.
“언제 오셨습니까?” 아마 이틀 동안의 조과였을 거야.
“오늘 오후에 왔습니다.” 아니 이 어른이 지금 뭐라 하시나?
“몇 시에 왔습니까?” 더 삐딱하게.
“두어 시 쯤 왔습니다.” 허어억! 기가 팍 죽었다.
“................(이 때를 유구무언이라 카는 겝니다)..........................”
잡았냐는 최 교수의 질문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빵 쳤습니다.”
인자하게 웃어젖히시던 최 교수의 다각적인 진단이 이내 나왔다.
오늘은 일단 남서풍이 별로 안 좋았다고 말씀하신다.
다음으로 어젯밤까지 산란으로 물가가 꽤나 요란스러웠으나 지금은 갑자기 조용해 졌단다.
그러나 당신께서는 불과 나보다 서너 시간 낚시를 먼저 시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십여 수나 해 두셨다.
제 아무리 잘난 꾼도 상대의 풍성한 조과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 마냥 ‘꼬랑지’를 팍 내리기 마련이다.
결론은 자리선정이 우선이고, 다음이 미끼 선택의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동물성 파우다 약간을 미리 물에 충분히 녹여
그 물에 전통 떡밥(신장떡밥/상호 표현이 괘않으려나?)을 개면서 나중에 콩가루를 살짝 곁들여 찰기를 더해 완성한다는 그의 미끼.
그것도 부드러운 것과 약간 거친 것 두 종류로 만드셨다.
그가 자가제조한 비법의 미끼를 한 움큼 얻어 가지고 의기양양 내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너 네들 다 죽었쓰~!”
(다음 글은 ‘때글때글한 붕어로 실컷 손풀이 하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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