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낚시의 백미는 밤낚시라 하지만 여건상 밤낚시 하기가 쉽지 않아 차일피 미루다가 내일이 제헌절이라 부담도 크지 않고 낚시에 열의를 가진 직장 친구와 선배, 이렇게 셋이서 밤낚시를 하기로 결정하고 16일 퇴근후 6시 50분쯤 문산으로 향하였습니다.
6월달에 밤낚시로 손맛은 보았던 곳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강계인지라 지루한 장마비로 수위와 물색이 어떻게 변하였는지가 궁금하였고 여건이 좋지 않을시 주위의 소류지로 이동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함안, 지수를 거쳐 문산으로 향하는 남해고속도로는 도로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원활한 소통으로 제 기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고 오늘 조행에 좋은 예감마저 들 수 있게 만들었고.
문산 시내에서 필요한 몇가지 물품을 구입한 후 영천강에 도착한 시각은 8시 10분경, 제방둑을 따라 6월달에 밤낚시를 하였던 포인트로 향하였습니다.제방 밑으로 보이는 물색과 수위는 다행히 그대로 인 것 같았고 밤낚시를 하고 계시는 몇 분의 조사님이 눈에 띄었습니다.
포인트에 진입하여 각자 자리를 정하고 2.4칸, 2.9칸, 3칸대 총 3대를 편성하였고 친구는 2대, 직장 선배는 3대의 편성을 마치고 자리에 모여앉아 소주와 안주로 목부터 축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연을 벗삼아 마음에 맞는 친구와 함께 마시는 술맛의 진미를 경붕사 회원님들은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그렇다고 너무 많이 드시면 물속에서 물빛을 사랑하게 됩니다. ㅎㅎㅎ)
이 곳은 피리가 많아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붕어가 집중적으로 입질하는 자리임을 두 번에 걸친 경험이 있느지라 느긋하게 직장얘기며, 낚시얘기로 꽃을 피우다가 9시 30분쯤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낚시에 돌입합니다.
캐미를 수면에 보일 듯 말 듯 맞추고 떡밥을 부지런히 품질합니다. 떡밥을 몇 번 투입한 후 드디어 피리의 공습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짜증은 내지 않습니다. 붕어의 입질이 시작되면 피리는 자연적으로 흩어진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아직 때가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1시간쯤 지났을까. 제방뒤로 보이는 산 그림자가 물속에 확연히 비치는 것이 보여 고개를 든 순간 산허리에서 삐져 나오는 둥근달의 밝기는 수면에 감추어 둔 캐미 불빛보다 훨씬 밝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순간 아! 오늘은 달만 낚고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 듯 머리에 스치웁니다..
만월로 인한 것일까요 채비를 던지면 허공에서 트위스트 춤을 추던 피리의 입질도 뜸해지고 한가로이 수면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12시가 조금 지났을까? 달빛은 찌 주위에 머물고 수면위에 걸쳐있던 캐미가 조금 밝아옵니다. 수면위의 보일듯 말듯한 캐미의 빛이 여명의 시간에 찬연히 떠오르는 일출같이 서서히 부상하고 있었습니다.
캐미의 불빛은 달빛에 화답하듯 달나라를 방문하고 있었고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순간(정점이라고 생각하고) 빠른 챔질에 대를 잡은 손끝에서부터 전해오는 떨리움과 강붕어 특유의 당찬 저항력을 제압하고 올라온 놈은 21∼22㎝정도의 돌붕어입니다.
이때부터 드문드문 올라오는 붕어로 손맛을 보고 있던중 옆에서 낚시하던 친구가 뜰채를 외칩니다. 참고로 이 뜰채는 한림 시산수로에서 대물 2마리를 뜰채가 없어 수초위에 떨구고 다시는 대물을 놓치지 않으리라 마음 단단히 먹고 구입한 것으로 한 번 빛을 발하기를 빌었건만 아직까지 사용하지 못했던 뜰채로 나보다 친구를 위해 먼저 사용하는가 봅니다.(워리면 축하해 줄 일이지만 배가 아파도 올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사용하는 뜰채라 이해하시겠죠)
뜰채를 얼른 가져다 주니 물속으로 뜰채를 가져가는 데 이상한 것은 손에 낚시대가 들려 있지 않은 것입니다. 잠시후 물 밖으로 나온 놈은 랜턴입니다. 친구 왈 채비를 점검하다가 랜턴을 물속으로 빠뜨려서....
아! 서운합니다. 대물의 향기를 뜰채에 담아 놓아야 앞으로 대물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많을텐데 물속에 담겨져 있는 파란달만 건져 올렸습니다.
이태백이 보았다던 달은 일곱 개라 하지만 오늘 저는 6개의 달을 보았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만월, 강가에 비친 둥근달, 술잔속에 담긴 달, 물속에서 건져올린 달, 마음속의 달, 친구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광은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아름다운 처자의 눈동자에 담겨있는 달이면 모르겠지만....ㅎㅎㅎ 농담입니다. 뒷 일이 걱정돼서)
이렇게 하얀밤을 지세우고 17일 새벽6시 낚시를 마감한 결과 조과는 빈작이었습니다. 저가 붕어 10마리, 친구 붕어 3수, 선배 붕어 4수, 피리는 모두 부지기수 올라오는 데로 바로 살려주었습니다.
붕어를 모두 강으로 돌려보내고 주위 청소후 쓰레기는 진영휴게소에 헌납하고 조행기를 마감합니다. (6월에 갔을때는 쓰레기가 하나도 없었으나 요번에는 쓰레기가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깨끗이 수거는 하고 왔지만 돌아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 자주 갈 수 없는 처지라)
재미없고 두서없는 글 읽어주심에 감사드리며 회원님들 모두 어복이 충만하시기를 빕니다.
- 물빛사랑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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