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꼴이 반쪽이네' 란 말이 있습디다.
낚시를 오래하다 보니 전 오늘 반쪽이 아니라 두 쪽 세 쪽 아니 열 쪽도 더 되는 별난 상황을 경험한 터라
경붕사 선후배님들과 함께 연구 과제로 목록하려 합니다.
오늘도 새벽 일찍 미숫가루 한 그릇 마시고 하단 오거리에서 15번 마을버스 첫차를 탔습니다.
일 년 내내 그 자리, 마을버스에서 내려 9백50보, 지름길을 알고부턴 6백50보,
가까워서 좋은 평강언저리에 찌를 세운 시간은 어김없이 6시35분.
적당히 구름이 내려앉아있고 바람은 살랑 살랑, 물 흐름도 없어 낚시하기엔 근래에 없던 최상의 조건이었습니다.
어제 낮 철수하면서 밑밥도 듬뿍 깔아두고 간 터라 오늘은 왠지 뭔가 될 것 같은 감이 좋았습니다.
지난해만도 제일 큰 넘 43cm, 장마철인 7월 한 달 동안 만 4짜를 4마리나 했던 자린데 올해는 40여 일 동안
입질 두세 번 뿐 몰 황 수준의 고전을 겪고 있습니다.
언제나 입질 귀할 때처럼 오늘도 세 대를 깔았습니다 전 웬만큼 반응이 있는 자리에선 한 대 아니면 두 대만 폅니다.
저가 고상 틱 하는 게 아닙니다. 시력이 뒤 따르지 못하는 게 연윱니다.
저도 평소 현장에서나 TV에서 다섯 대 열 대씩 펴고 앉은 꾼들을 보면 부럽다 못해 존경스럽게 까지 느끼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시력이 좋았던 젊을 때도 세대 이상은 거의 펴 본 기억이 없습니다.
내가 붕어에게 베푸는 비방의 메뉴, 짙은 전분냄새에다 은은한 딸기향이 풍기는 알맞은 찰기와 크기의 떡밥은
붕어의 입맛을 돋우기에 모자람이 없겠다고 여기며 부지런히 갖다 바치기를 합니다.
두 시간 세 시간....
시간은 자꾸만 흐르기를 하는데 깊숙이 꽂아둔 찌는 미동도 않습니다.
햇살이 쨍쨍거리기 시작한지도 오랬습니다.
땀이 온 몸을 흠뻑 적시고 있습니다. 과히 찜통에 들어앉은 상태, 안경이 땀에 젖어 찌 보기도 어렵습니다.
서서히 지쳐갑니다. 떡밥 갈아주기도 귀찮아졌습니다.
떡밥 그릇에는 새까맣게 파리 떼가 달라붙어 붕어가 입도 안댄 떡밥을 정신없이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인근 우렁이 양식장에서 삶은 고동껍질을 인근 공터에 버린 후부터 파리가 우글거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으니 기가 막혀옵니다.
아하 요놈들 봐라’'붕어 한마리 못 낚고 비싼 떡밥 따 뺏기겠다' 공연한 걱정과 함께 괘씸한 생각도 듭니다.
떼거지의 위력, 아프리카에는 마라푼타(?)라는 개미가 있어 황소 한 마리를 1시간도 안돼 먹어치우고 아마죤강에는 주둥이가 새빨갛고 크기나 모양새가 불루길처럼 생긴 텔레피아(?)라는 물고기가 있어 죽은 물소쯤이야 순식간에 뼈만 남긴다는 얘기도 듣고 영상도 목격한터-.
저냥 두면 순식간에 아무리 붕어가 거들떠도 안보는 떡밥이지만 조선 파리가 다 먹어치우고 빈 그릇만 남기겠다는 생각도 들고 ~ ~
그보다는 내가 마시고 아침 한 끼 때우는 미숫가루보다 다섯 배나 비싼 외제를 네눔들이 감히....
다시 또 한 번 오랫동안 물끄러미 내려다보기를 합니다.
절대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엄중한 벌주기를 생각해냅니다.
그릇 뚜껑을 닫아버립니다. 저가 쓰는 떡밥그릇은 스텐리스로 된 국그릇 3개, 한 세트를 5천5백원 주고 시장에서 산 것입니다.
그릇마다 하얀 플라스틱뚜껑이 있습니다.
쫓아도 느물거리며 잘 도망가지도 않던 요넘들, 날쌘 돌이들은 튕겨나듯 달아나고 30여 마리가 그릇 안에 갇혔습니다.
그 제서야 상황을 알아챈 넘들이 그릇 안에서 이리 튀고 저리 날고 야단법석입니다.
다시 또 한 번 오랫동안 물끄러미 내려다보기를 합니다.
쫓아도 안가고 기를 쓰고 덤비더니 ‘그래 이눔들아 사람도 못 먹는 떡밥에는 아무나 입대서는 안 된다 안 카드나’ 혼자 중얼거립니다.
내친김에 더 모진 벌을 내리기로 혼자 판결하고 즉시집행 드갑니다.
일어나서 그릇째 오른쪽 왼쪽 아래로 위로 박자 넣어 흔들기를 시작합니다. 바텐더가 칵테일 믹싱 하는 방법 그대롭니다.
그 꼴을 다른 사람이 멀리서 본다면 큰 붕어 많이 낚아 신이나 춤이라도 추는줄 알았을 겁니다.
남이야 어떻게 보든 저는 사실 참 재미가 있었습니다.
한참 재미를 보고나니 그릇 안이 조용해 졌습니다. 그래 요넘들 잘 먹고 잘 갔다고 여겼습니다.
뚜껑을 여니 벼락치고 산사태 나듯한 그 와중에서도 몇 넘은 비실비실 날아가고 대부분 떡밥뭉치에 압사하거나
우주멀미보다 더 심한 어지럼증에 얼 죽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떡밥이 완전히 다르게 변해버렸습니다.
마치 발그레한 찰떡에 점점이 고소한 검정콩을 박아놓은 것 같았습니다.
박힌 것이 파리만 아니라면 내가 봐도 참 먹음직스럽다고 느낄 정돕니다.
물끄러미 내려다보느라, 신들리듯 흔들어 재끼느라 붕와님들께 밥 갈아줄 때가 한참 지났습니다.
박힌 파리를 일일이 파내기도 귀찮고 박태환 활짝 웃는 모습 볼 시간도 다돼간다 싶어 한점 뭉텅 떼어내 젤 짧은 대에 매달아 넣었습니다.
두 번째 긴대, 세 번째 짧은 대에 검정콩 떡밥을 매 다려는 순간 먼저 갈아 넣은 짧은 대 찌가 스멀스멀 기어오릅니다.
확, 뒤따라 어 어 어 비명이 이어집니다.
한참을 그렇게 실랑이를 한 끝에 올라온 넘은 엄청 큽니다. 붕애도 붕어도 아닌 ‘붕와’입니다. ‘와’아아 하고 놀랜 붕어, 나만의 합성업니다.
담배 한 대 피고 곧장 일어나려던 내 뜻과는 달리 어쩔 수 없이 주저앉았습니다.
10여분 뒤 또 한 번 어 어 어....
앞 넘보다 크기는 엇비슷한데 덩치가 훨씬 더 큽니다.
오늘은 이만해도 되겠다싶어 털고 일어났습니다.
급히 집으로 돌아오니 수영400m 결승이 끝나고 시상식 장면이 TV에 나옵니다.
아나운서가 가래 끓는 목소리로 ‘장하다 대한의 아들’ ‘드디어 해 냈습니다 드디어 해 냈습니다’ 며 목멘 고함소리 내내,
태극기가 오르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내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저의 머릿속은 단 한 가지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붕와는 파리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 ?
과연 대물붕어가 파리를 좋아하는 것인지 어떤지 오늘도 실험 드가겠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