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남 외 지역 낚시다녀 온 이야기 적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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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공산 (2004-08-11 19:25:03, Hit : 2820, Vote : 147)

팔공산의 낚시 넋두리.

8/10
"찌~이~잉"
"뚜~깍!!"

근 20년간을 물가 나들이 같이했었던, 결코 고가품은 아니지만 긴 세월 더불어 아기자기한
손맛을 전해줬던 붕어 전용대가 요절나는 소리입니다.
                                     ~

해질녘에 노를저어 다시 절벽밑으로 들어갑니다.
삐꺽대는 노소리도 죽여가며 야간 침투 성공입니다.
의자에 허리 깊숙히 뭍고 담배 한모금 깊이 빨아봅니다.
옆 음식점에서 감미로운 음악이 귀를 가렵힙니다.

오늘은 두칸반대 두대 나란히 거치하고 조금 비켜나 3칸대 한대 외로히 세워봅니다.
해가 완전히 지길 기다렸다가 왼쪽 두칸반대부터 차례로 찌를 세웁니다.

참 재미난 자연현상입니다.
그 잘가던물이 오늘은 얼어붙었읍니다.
오전에 한차례 오후에 두번 소낙비가 내렸었더랬읍니다.
'오늘은 대류현상이 없을지 모른다.'
역시 그랬읍니다.
말없이 전해주는 자연의 정보입니다.

"깜박 깜빡"
"쑤~우~욱!"
이건 불루길 입질입니다.
줄기차게 불루길 걷어냅니다.
8치급 붕어한마리외엔 불루길 천국이 되어버렸읍니다.
'허미~찡한 넘들!'
두손 두발 다 들고 항복했읍니다.
숙소로 돌아가 눈좀 붙였다가 새볔 2시경에 재도전 해볼양입니다.

낮에 귀한 손님이 오셨더랬읍니다.
송국유존님!
맥주 두잔후 귀가길 무사하시겠죠?
저는 그 두잔의 인정에 얼굴이 홍씨가 됐었읍니다.
따로이 챙겨오신 김밥 두줄은 요긴한 밤참이되어,
아껴뒀다 두번에 나누어 먹을수 있었읍니다.
늘 행복하신 모습.
활기찬, 생동감넘치는 모습에 내심 부럽기까지 합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
허허~낚시가 뭔지.
새녘 한시에 정확히 눈이 떠집니다.
이번엔 더 조심스럽게 침투 들어갑니다.

자리에 앉아 차례로 떡밥공양 들어갑니다.
가장 왼쪽 두칸반대!
수상합니다.
정상적인 붕어입질은 아닙니다.
"껌뻑~껌뻑!"
"배시시~"
두마디의 찌솟음에 냅다 받았읍니다.
"찌~이~잉!"
항상 든든하던 검은색 옷을입은 Y사의 낚시대가 울어댑니다.
물속의 넘은 다행히도 10시방향 사선을 그어 내뺍니다.
급히 몸을숙여 대를확보하고 한쪽손마저 대위를 받힘과 동시에 손목마저 확보합니다.
이넘은 먹을수 있읍니다.
머리만 돌려놓으면 이제 버티기만하면 됩니다.
몇번의 위기는 있었읍니다만 용골찬 흑검은 차츰 사거리를 좁혀줍니다.
두어차례 공기를 먹은 넘은 이제 어슬렁 어슬렁 내 눈치만 봅니다.
노동입니다.
그래서 잉어낚시는 별 흥미가 없읍니다.
붕어뜰채에 허리만 쑤셔박은채 넘은 얌전히 물가에 오릅니다.
그래도 잘생긴 넘입니다.
오리지날 토종 잉어입니다.
황금빛 자태에 눈이부셔 그만 수건으로 넘의 전신을 덮습니다.
대형 수건으로도 꼬리는 저만치 남는군요.
뒷처리가 곤욕스럽습니다.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힙니다.
이넘은 물안개님 몫으로 남깁니다.
물속을 다 헤집어놓은후라 뭔 고기가 있겠노 싶었읍니다.
그러나 그게 아닙니다.
3개의찌가 모두 껌뻑입니다.
'허미~무써운거~!'
특유의 잉어입질뿐입니다.
이눔들이 "내잡아봐라!"하고 놀리는것같읍니다.
하마터면 손이 나갈뻔 했읍니다.
하지만 아예 팔짱을 껴버리고 맙니다.
그냥 조용히 지나가길 바랄뿐입니다.
하지만 이걸 우쩝니까.
문제의 중간대초리가 물속으로 이끌립니다.
아주 지긋이~
뒷 받침대 브레이크가 삑삑 거립니다.
어쩔수없이 받았읍니다.
"위~이~익!"
호수 중심부로 곧장 내뺍니다.
이넘은 먹을수가 없읍니다.
그래도 꾼의 섭리가 그렇습니까?
몸을 숙혀 대를 확보해봅니다.
"찌~이~잉!"
"뚜~깍!!"
손잡이대와 그 앞대만 남았읍니다.
순간 눈물이 핑 도는군요.
애지중지하던 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미안한 맘이 듭니다.

견적또한 실하게 났읍니다.
거금 2만원짜리 전자찌도 달아났읍니다.
내 낚시의 첨병 노릇을하던 찌입니다.
그날의 입질 형태를 파악하게 해주며 그로인해 목줄길이를 결정하고
예민한 찌놀림으로 잡어유무를 판단케해주며
특히 골든시간 여명에도 선명한모습 뽐내던 찌입니다.

물밑을 점유하던 잉어떼도 일순간 사라지고 호수엔 고요만이 흐릅니다.
그런데 수면에 일자로 뻗은 뭔가가 시야에 잡힙니다.
실눈을 떠고서 바라봅니다.
로프가 있을리 만무합니다.

'으~잉??'
'혹시??'
세상에 이런 경우는 첨입니다.
이 넓은 호수에 여기서 떠오르다니?
그리고 부러진 대가 떠오르기나 합니까?
나머지 대로 회수하니 원줄을따라 검은 수면위로 붉은 찌도 모습을 드러냅니다.
원줄과 목줄 매듭부위에서 터져나갔군요.
'허~미 반가분거~!'
아니 반가운것도 잠시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마치 내마음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것처럼 고스란히 돌려주고 그 넘은 갔읍니다.
한낱 미물로 치부했었던 저는 절로 고개가 떨궈집니다.
입가에 달린 바늘도 무사히 떼어내길 바랄뿐입니다.

* 사랑과평화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3-24 16:24)
* 사랑과평화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2-14 21:18)

용두산 (2004-08-11 22:09:09)

홀로 뗏마 노져어 절벽밑 포인트진입한다는 글에,,,
팔공산님과 약20년전에 다대포 뗏마 노젓던 생각나네요.
오늘은 낫게갈까,,,아니면 몰운대쪽으로갈까,,,
3칸 민물장대에 쑈꾸가에비 마끼털어주면 신발짝만한 왕뽈라구가 마리수로 올라왔지요,,,ㅎㅎ
(밑줄호수 속이며,,,ㅋㅋㅋ)다음에 여담 사랑방에 글한번 올려봅시더~~
그리고 마지막하나남은 전자찌 천만 다행이네요,,,
청산도가면서 반*낚시점에서 예쁜 전자장찌 선물하리라,,,
근디,,,경붕사청소모임과 20일부터 24일까지 휴가가 겹치는디 우짜면 좋을까요,,,팔공산님,,,고민되네요,,,잉,,,

초어 (2004-08-12 00:01:06)

반가우셨을 분께서 정성을 들고 찾으셨다 하시니
그 모습이 정겨웠을 거라 느낍니다. ^^

신의전사 (2004-08-12 10:10:00)

휴가는 내년에 가면 되죠
경붕사 청소모임에 세분이 빠지면 안되지라
모처럼 같이 참석 했으면 하는데
제가 알아본바론 청산도에는 적조에 녹조에 엉망이라 캅니다 ㅎㅎㅎ
팔공산님 꼬이지말고 그냥 계속되는 조행기나 올리주이소

용두산 (2004-08-12 13:07:33)

ㅎㅎ~~ 신의전사님 꼬추가루 팍팍뿌리시네~~ㅎㅎ
전 휴가 안가도되는디,,,쥰님과 팔공산님이 문제지요~~
저없는 출조는 앙꼬없는 찐빵이라고 몇일동안 집앞에서 시위하는디~~
어찌 팬들의 성화를 물리칠수가 있겠소,,,^^
근디,,,전사님 한번만 봐주면 안될까유~~ ^^

팔공산 (2004-08-16 18:43:25)

ㅋㅋ~갈등생깁니다.

(2004-08-17 16:03:56)

철학이 있는 조행기.. PC방에서 다시 찬찬히 정독하며 팔공산님의 마음을 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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