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호는 낚시터가 아니다
낚시의 진미는 고기가 물 때 느껴지는 손맛에 있다. 그 중독성이 도박보다 강해서 취미가 붙으면 끊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낚시 전문방송 채널까지 있다. 단순한 취미로서 낚시는 권장할 만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불법을 저지르고 공해를 유발한다면 그 취미는 버리는 것이 좋다. 예컨대 상수도 보호구역인 진양호 일대의 불법 낚시와 같은 경우라면 말이다.
진양호는 진주시민들의 식수원이라서 보호구역이다. 여기서는 낚시는 물론, 그물이나 통발을 이용한 고기잡이나 철새들의 수렵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도 진양호 일대를 실태 조사한 환경보호운동실천연합 경상남도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주말을 맞아 이 곳을 찾은 낚시꾼은 100여명이 넘었고, 낚시 장소도 무려 15곳에 달했다고 한다. 특히 진주시 명석면 오미리 일대에는 수십대의 차량행렬이 이어져 마치 유료 낚시터를 방불케 했다고 한다. 낚시꾼들은 진주지역뿐만 아니라 대구, 부산 등 대도시에서 단체로 심지어 관광버스까지 빌려 타고 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상수원 지역이 낚시터가 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이 수질오염이다. 일부 낚시꾼들은 많은 쓰레기들을 버리고 간다. 낚시꾼들이 머물다 간 곳에는 낚시추, 음료수병, 먹다 남긴 음식물, 가전제품, 생활용품, 건축폐기물까지 흉물스럽게 버려져 있다. 산을 좋아하는 등산객들이 쓰레기를 산에 버리지 않고 모두 배낭에 넣어 되가져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질 오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물 속에 버려지는 떡밥이나 미끼다. 떡밥이나 미끼는 수질의 부영양화를 초래하고 강물을 썩게 하며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을 높인다. 낚시바늘이나 줄도 호수를 정화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만약 진양호가 합법적인 낚시터가 된다면 그 물은 몇 달만에 3급수로 변해 버릴 것이다.
이에대해 진주시 환경보호과 관계자의“단속 범위가 광범위하고 인원이 부족해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이런 대규모 불법 낚시는 단번에 눈에 띄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적발이 가능하다. 아울러 진주시도 시민들의 식수오염을 방지하고 준법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단속과 지도 계몽을 해야 한다. 시민들도 이를 묵인하기보다는 신고하고 고발하여 우리가 먹는 식수를 보호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 스스로 법을 지키고 자제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거듭 말하지만 진양호는 진주시민들의 생명줄인 상수원이지 낚시터가 아니다.
경남일보 200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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