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도 더 지난 얘기군요.
전 그 때 대구에 살고 있었는데,
주말이 되면 가끔 시골에 다녀가곤 했습니다.
그날은 초여름이었습니다.
큰맘먹고 구입한 글라스대(엄청 무거웠지요) 2.0칸 2.5칸 챙기고 낚시점 들려 묶음바늘과 찌를 2개 샀습니다.
그때만 해도 밤낚시에는 랜턴대신 카바이트를 많이 사용하던 시절이었지요.
주말에 고향내려온 친구 억지로 저수지로 끌고 가서 입질이 없자 가자고 보채더군요.
전 조금만더 하자고 했고 그러길 몇차례...
결국 친구를 먼저 돌려보냈습니다.
혼자서 텅빈 저수지에 20분가량 앉았는데 갑자기 2.5칸대에 찌가 오르낙 내리락하더니 춤을 추더군요.
찌는 윗부분에 동그랗게 야광테이프를 붙여 놓아 카바이트 불빛에 반사되어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건 잘보여서 좋았어,,,)
그전까지는 주로 조립낚시에나 사용하는 플라스틱찌를 사용했습니다.
온몸에 감도는 짜릿한 전율을 만끽하며, 낚시대를 낚아채었습니다.
순간 낚시대는 휘어지고 묵직한 대물이 수초속으로 숨어들어갑니다.
죄측과 우측 양쪽이 수초지역이었는데 오른쪽으로 파고드는 놈을 왼쪽으로 당겨 꺼집어내면 다시 왼쪽으로 도망가고 ...
그러기를 수차례 아마 힘겨루기가 시작되고 5분쯤 지난 듯합니다.
놈은 드디어 지쳐 저항을 포기한 듯 보였고, 전 뒤로 물러나 저수지 둑위로 올라가서 물가로 끌었습니다.
이런 낭패가...
그때 2봉을 사용했는데 힘을주어 들어올리자 나머지 바늘하나가 받침대 끝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대나무 받침대고 끝에는 철사를 구부려 만들어 놨습니다) 놈이 아직 도망은 못갔는데...
전 급한 맘에 어둠속에서 둑위에서 미끌어지며 내려와 손으로 낚시줄을 잡아채었습니다만,
심하게 요동치더니 물속으로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이럴수가...다잡은 고기를 노치다니..엄청 분했습니다.
날씨마져 바람이 불고 그나마 있던 잔챙이 입질마져 뚝 끊기더군요.
그날 이후 한동안 노친 놈 생각 뿐이었습니다.
지난주말 그 저수지에 갔습니다.
옛날 대물 노친 생각이 나더군요. 20여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아깝다는 생각 뿐입니다.
수초가 있는 얕은 지역에는 입질이 없고 수초가 없고 수심이 70-80되는 곳에 잔챙이 입질 뿐이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얕은 곳 대물 수초 포인트로 이동 역시 피라미와 납자루 잔챙이붕어만 올라왔습니다.
밤 10시가 넘어서자 묵직한 놈이 걸렸는데, 낚아채자마자 수초쪽으로 틀여박히는 것입니다.
이런 또 낭패...
대가 연질에 가까운데다가 채비를 외봉으로 바꾸지 않았던 것입니다.(어이구 드응신 드응신...자책을 하면서)
여전히 수초에 걸려 대불은 쿰틀거리는데 ... 그날 결국 대물을 노치고 말았습니다.
이날 조과는 엄지손가락만한 붕어에서부터 콩잎파리 깻잎파리 7치되는 붕어 2수까지 합쳐서 모두 50마리쯤 낙았습니다.
한마디로 잔챙이 천국이더군요.
담부터는 수초낚시에선 반드시 외바늘만 사용해야 겠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