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寫廊사랑™

(2006-01-30 14:37:24, Hit : 3003, Vote :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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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단상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섣달 그믐날 늦은 밤..

식구들이 다 모여 앉았다.
오늘밤은 잠을 안 잘 것이다.

자더라도 정월 초하루 새벽이 되어야 자게 될 것이다.
눈썹이 하얘진다는 어릴 적 할아버지 말씀때문이다.

아이들도 잠을 안 자고 있다.
옛날 나의 할아버지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아이들의 할아버지께서도
똑같은 말씀을 하고 계신다.
"지금 누버자뿌모 느그들 눈썹이 하얘진데이~~."

그 한마디에 더이상 <새나라의 어린이>들은 없다.

★정월 초하루 아침..

눈썹이 새까만 걸 확인한 아이들은 안심을 하고..*^^*
온 가족이 부산히 움직인다.

오래간만에 보는 흰떡이 구미를 당긴다.
조청에 찍어 한 입 베어 물면 알싸한 향과 맛이 일품이다.

친척분들께 인사드리러 나가려는 때에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 받으시는 어머님의 목소리가 커진다.
"으응?? 아이고...우짜꼬..우짜꼬..."

메아리처럼 반복되는 "우짜꼬.....우짜꼬..."

안타깝게도 막내이모님의 시어른께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사돈어른의 죽음이 뭐 그리 별스러우랴마는 그게 아니다.

하물며 두 고개 넘어 있는 개똥이네집 속사정마저 훤히 알고 있는 촌동네사정이고 보면
사돈어른이 아니라 바로 옆 동네의 동네 어른이신 것이다.
철들고 사돈이 되어 만난 사이가 아니라....
어릴 적부터 항상 같이 모셔 오고 길러 주시던 분이신 거라..
우짜꼬....우짜꼬....그 메아리가 길고도 길었던 것이다.

그 어른께서 설이라 부산에 있는 큰 아들네(막내이모부) 오셨다가 아침에 목욕까지 하시고는..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고 하신다.

올해 喜壽(77세)라고 하시니 요즘 같아서는 많이 아쉬운 연세이시다.

★정월 초하루 부산대학병원 영안실

정월 초닷새가 조부님의 기일이라 남동생이 부모님을 모시고 제사 모시러 시골에 가야 한다.
그런 이유로 부모님과 남동생은 문 밖에서 있어야 하고...
나 혼자 사돈 어르신의 빈소에 가서 엎드린다.

극락왕생하시라고 빌어 드리지만 맏상주이신 이모부님께 뭐라 딱히 위로도 못 해 드리고..
손만 부여 잡고 있다가 나온다.

삶과 죽음의 길에는 정월 초하루도 의미가 없다.
대학병원 영안실에는 사돈 어르신 외에도 세 분의 빈소가 더 마련되어 있다.

안타까움을 대신하려는 조문객들의 말....
"할매가 죽는 날까지 맘이 곱다.자식들 고생하지 말라고 오늘 같은 날 조용히 눈 감으셨네"

세상은 제목이 없습니다.
굳이 복잡하게 이름 붙이려 애쓰지 않아도 될 것을...

(2006-01-30 19:31:28)

매년 설날 오후 할머니 추도예배를 온 가족이 모여서 드립니다.
마지막 부분에 사랑님이 적어주신 조문객들의 말.. 맞는 것 같습니다.
5년전 할머니 가시는 그날에 손주들, 증손주들 모두에게 인사받으시고 참 편안하게 하늘나라 가시데요..
매년 설날 온 집안이 다 모여서 할머니 추도예배를 드리는데 그때마다 복받으신 우리 할머니라고 생각합니다.

월향 (2006-01-30 21:21:39)

제 조모님도 저의 생일에 눈을 감으셨습니다.
그래서 조모님의 제사음식으로 제 생일 아침을 대신합니다.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산마루 (2006-01-30 21:47:23)

좀은 씁쓸한 명절이었네요.

느티골 (2006-01-31 08:43:06)

사람 운명이사 어쩔수 없다고는 하지만 막상
단 대목에 집안에 초상이 나면 참 난감 하지요.
문상객도 줄고...

이질 조카께서 정초 문상도 하시고 큰일을 했습니다.
돌아가신분이 극락하셔서 사랑님에게 보살핌 내리시리라 믿습니다.

찌한마디 (2006-01-31 11:01:33)

부디 더 좋은 날들이 님들을 기다리기를 기원합니다.

송애 (2006-01-31 12:09:13)

우리 할베가 정월 초하루날 돌아가셔습니다
섣달 그믐날이 기일입니다...
조문객들의 말씀이 위로가 조금이라도 되어으면.....

나무꾼 (2006-01-31 16:12:16)

안타까운 사연 입니다,
가신분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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