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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글 제 7 편 [장르 "수필" ] 군대이야기 중에서 2009년쯤 작
~군대 이야기 ~
말랑말랑 생고무 같던 그녀는
눈물 한 방울 뿌리며 사라져가고
남겨진 치욕같은 눌린 돼지머리 위로
장정 셋은 번데기같이 쭈그려 술잔만 오간다.
아 !!!
모락 모락
김나는 한 그릇 쌀밥이여
꿈꾸는게 목 조르는 일같아서
주머니돈 쌈지돈에
쨍쨍쨍
거릿고개 넘어가는 고함소리
함성소리에 배고픔도 묻어가네
내가
나가면
기필코
맨 먼저
짜장면부터 해치우겠소 !
인제는 원통가는 길
그 언저리를
산속으로만 맴돌며
그땐 왜 ?
라면도 건빵도 그리 학대하고 미워했을까
특박도 갈데없어
산등성이로 헤집다가
결국 내무반에서 잠을 청한다.
눈에 파묻히던 때가 조금은 해방이 되나 싶었던 날
우리는 또 다시 웃통을 벗어둔채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쓸고나서
뒤돌아보면
또 그만큼 쌓여있는 눈
보급 차량이 길모퉁이 돌아들기만 하염없이 기다리다
고립된 것이 마냥 좋은게 아니라며
식용유에 밥을 비빈다.
산 능선으로 철조망같은 나무가지가 나타날 때면
하얀 밤을 지새는 입초는
동동
발 구르는 동초로 이어지고
그 두터운 방한복도 아랑곳 않고
추위가 가슴팍에 스며들면
철모 속 생각들은
남쪽 고향집으로 달려 간다.
..
주) 거릿고개 : 훈련받던 곳 지명 (가명)
여름이 지나자 말자 곧바로 월동 준비에 들어가게 되는데
거의 초겨울까지 산속을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월동 준비하노라면
곧 이어 기나긴 겨울이 닥쳐온다.
특히 산속에서 매복형태의 한밤중 입초를 설때면
잎 떨어진 채 앙상한 가지만 있는 나무들이 산 능선따라 쭉 늘어져 보이는게
마치 내가 도망갈 수 없도록 철조망이 둘러처져 있는게 아닌가 하는
경치보다 삭막한 생각이 먼저들 정도였다.
눈은 또 얼마나 오던지......
아침 먹기전부터 저녁까지 오로지 눈만 치우느라 하루 다 간 적도 있었다.
정말로 엎어지면 코가 물에 잠길 소양호 그 산중턱에서 일년가량을 보냈다.
그때 물가에 얼마나 내려가 보고 싶던지
보초교대하고는 그만 나도 모르게 총을 멘채로 강가를 어슬렁 거리다가
고참한테 혼나기도 하고 가을이면 잣나무 밑을 훝어보기도 하였다.
그후로 군대 끌려가는 꿈 꾸지 않으려 노력한 적도 있었지만
나이 40이 되어서도 간혹 이미 다녀왔다고 몸부림치다 깜짝 놀라 깨어나곤 하였다.
불과 30개월 채 안되는 기간뿐임에도 어찌 그리 추억꺼리, 말할꺼리가 쌓여 있는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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