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필리핀 애플릿섬, 한겨울 열대바다로 떠나볼까
에메랄드 빛 원시 바다,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흰 백사장, 춤추듯 유영하는 천연색 열대어….
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 풍경은 다름아닌 필리핀 서쪽에 있는 애플릿섬 모습이다.
신혼의 단꿈에 푹 젖고 싶은 신혼부부,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 는 한적한 섬으로 훌쩍 떠나고픈 현대인들에게 여기만한 천국이 또 있을까.
노아의 배가 신천지에 정착한 것처럼 새로운 천국을 만드는 것을 목 표로 건설된 '클럽노아 이사벨리조트(www.clubnoah.com.ph)'는 때묻 지 않은 원시 세상 그대로다.
전체가 이사벨리조트로 꾸며졌기 때문에 이사벨 섬으로 불리는 이곳 은 잠시 속세를 잊고 남국 정취에 흠뻑 젖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추운 날씨를 등지고 작열하는 열대의 햇살 아래로 떠나는 '피한(避寒 )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경비행기로 날아서＝이사벨 섬에 가려면 필리핀 수도인 마닐라에서 경비행기를 타야 한다.
1시간30분 가량 구름을 뚫고 비행한 후 도착하는 곳은 팔라완섬 산도 발 공항. 여기서 지프니(트럭을 개조한 차량)를 타고 10여 분 달려 다시 보트를 갈아타야 한다.
보트를 타고 아마존강 같은 정글을 가로질러 45분쯤 달리고 나면 아 담하게 꾸며진 비취빛 해변에 이르게 된다.
보트가 해변가에 다다르면 이사벨 직원들이 나와 여행에 지친 손님들 에게 열대 꽃을 뿌려주는 소박한 환영식을 열어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산꼭대기에 세워진 하얀 십자가. 하얀 십 자가는 동화나라 같은 이 섬을 쓸어안기라고 하듯 한밤중에도 환하게 불을 밝힌다.
◇물 위에 떠 있는 오두막＝커다란 콘크리트 호텔에 익숙한 사람들에 게 바다 위에 떠 있는 자그만 오두막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 리조트에는 신혼부부를 위한 허니문용 오두막 30채, 가족이 머물 수 있는 2층짜리 패밀리 오두막 20채뿐이어서 오붓한 여행을 즐기기 에 그만이다.
오두막 뒷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원시 자연을 보여주는 것을 지향하는 리조트답게 에어컨과 인터폰을 제외하고 TV 라디오 냉장고 등 '문명의 이기'는 가급적 객실에 두지 않는다.
인터폰으로 주문사항을 말하면 리조트 직원이 쏜살같이 달려와 해결 해준다.
직원은 무려 150명. 천혜의 자연뿐 아니라 직원들의 친절과 서비스도 이 리조트의 경쟁력 중 하나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방문해서인지 직 원들이 웬만한 한국말은 알아듣는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언덕에 있는 '록바(Rock Bar)'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맥주나 칵테일 등을 마실 수 있다.
고급 음향시설이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직원들이 기타와 전통악기를 연주하면서 생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해변가에 있는 카페 '엘 카피탄(El Capitan)'에서도 밤마다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순박하게 생긴 필리핀 가수들이 연주하는 유행곡과 흘러간 팝음악이 파도 소리와 섞이면 누구라도 애틋한 감상에 젖지 않을 수 없다.
저녁식사 때도 민속의상을 차려입은 십수 명의 남녀가 펼치는 음악공 연이 계속된다.
식사는 해산물이 주종을 이루는 뷔페로 꾸며지는데 한국인을 위한 김 치도 매끼 나온다.
◇이벤트의 연속＝오두막에 박혀 있거나 해변을 걸어도 좋지만 리조 트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볼 만하다.
인근에 있는 조그만 무인도로 배를 타고 나가는 아일랜드 호핑(Islan d hopping)은 최고 인기. 하얀 모래밭에서 선탠을 하거나 스노쿨링을 하고난 후 맛보는 해산물, 돼지고기 바비큐 맛은 일품이다.
배를 타고 바다 한복판에 나가 즐기는 줄낚시도 재미 중 하나. 어른 손바닥보다 큰 생선을 쉽게 잡을 수 있다. 바다에서 잡은 생선은 저 녁식사 때 사시미나 튀김으로 요리해준다.
또 인근의 빈 배로 이동해 석양을 바라보는 선셋뷰잉(Sunset Viewing )도 색다른 감흥을 준다.
리조트에는 해양 스포츠를 도와줄 매니저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어 신 청만 하면 스노쿨링, 스킨 스쿠버, 카약, 윈드서핑 등을 즐길 수 있 다. 윈드서핑만 유료고 나머지는 모두 무료다.
팁이 따로 필요하지 않은 것도 이 리조트의 특징이다.
<심윤희 기자 allegory@mk.co.kr> 매일경제 200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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