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화일보 낚시면 담당 이동윤 체육부장
입사한 지 10여년이 지나 차장급 이상이 되면 대부분의 기자들은 ‘앉은뱅이’ 기자가 된다.
현장 기자들에게 취재 지시를 내리거나 데스크를 보는 등 ‘사내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장이 돼서도 현장을 놓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것도 자신이 속한 부서와 다른 분야의 기사를 쓰는.
문화일보 이동윤 체육부장은 체육부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체육부 차장을 거쳐 부장이 된 ‘체육부 토박이’다. 특히 탁구에 있어 웬만한 세계선수권대회들은 대부분 이부장의 손을 거쳐 지면에 선보일 정도로 ‘전문가’라는 평을 듣는다. 그가 ‘전문가’라는 평을 듣는 또 다른 분야가 있다. 바로 ‘낚시’다.
종합일간지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낚시’면이 운용되는 문화일보에서 이부장은 벌써 4년째 낚시 담당기자를 자청하고 있다.
“신문사들이 사세를 확장하면서 너나없이 개설한 낚시면이 어느새 ‘골프’에 밀려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 낚시 기사를 싣게 됐다”는 이부장은 “낚시 인구가 350만∼400만이라는 통계로 볼 때 틈새시장을 공략해 독자층을 넓힐 수 있는 계기도 됐다”고 말한다.
특별한 장난감이 없던 어린 시절, 누구나 그렇듯이 이부장도 동네 또래들과 어울려 다녔다. 친구들과 붕어를 잡겠다고 기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저수지까지 다녀오던 날, 가족들의 걱정은 시작됐고, 60명 가운데 58등을 하기도 했던 중학교 시절엔 부모에게 매를 맞으며 낚시를 다녀야 했다.
“수요일쯤 되면 칠판 글씨가 붕어로 보이더라”는 이부장은 “낚시하는 재미는 일로 생각하지 않았던 그때가 훨씬 좋았다”고 회상한다.
이부장의 낚시방법은 ‘캐치 앤 릴리즈’다. 어떤 고기를 잡았는지 ‘손맛’을 보고 난 뒤 그냥 놓아주는 것이다. 누군가는 “잡은 고기를 그냥 놓아주려면 뭐 하러 낚시를 하냐”고 묻겠지만 이는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어차피 내려올 것을 왜 올라가느냐”라고 묻는 것과 같다. 낚시의 진정한 맛은 고기가 잡힐 때까지의 ‘기다림’과 고기가 찌를 물었을 때의 ‘긴장감’과 잡은 고기를 들어올릴 때의 ‘짜릿함’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이부장은 고민에 빠졌다.
수질이 좋고 고기가 많이 사는 낚시터를 지면에 소개하기가 겁이 난다.
한 번 지면을 타게 된 낚시터는 얼마 뒤에 가보면 항상 낚시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쓰레기장으로 변해있기 때문이다. ‘좋은 낚시터를 또 망쳤구나’하는 생각과 그 낚시터를 아껴온 몇몇 마니아들, 그리고 현지 주민들에 대한 미안함과 ‘독자의 알권리’ 사이에서 이부장은 오늘도 고민에 빠진다.
안경숙 기자 ksan@mediaonul.com 미디어오늘 200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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