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다녀온 이야기 많이 올려주세요.. 꽝조행기도 좋아요.

낭만풍폭

(2003-11-13 21:11:16, Hit : 721, Vote : 31)

제목 미정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 안 도현님의 너에게 묻는다.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던 한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여름이 가고, 어느듯 가을은 잊혀진 계절 마냥
스쳐 지나가 버린 11월 10일, 겨울의 문턱에서 새벽안개를 가르는 아침기분은 한층 고조되어 있었다.
이유인 즉 누구에게나 예감이라는 것이 있듯 며칠전 구입한 로또복권이 생전 처음 6개의 번호 중 4개를 맞춘게 아닌가 ?
내심 4짜를 예고하는 복선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나의 오랜 친구와 함께하는 오늘은 그 어느때보다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고 내려 어느듯「반성지」에 도착하자 안개 가득한 저수지 풍경이 내 몸을
촉촉히 적시고, 마치 동면중인 자연을 깨우는 나를 원망이라도 하듯 빗물이 눈물로 흐느껴 운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그 법칙을 깨어버릴 때, 그 얼마나 큰 고통과 분노를 느끼고 있을까 ?
지난 여름, 우리는 "매미"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겪었다.
하지만 자연은 그 보다 더한 고통을 말 없이 견뎌내고 있다.

잠시 명상에 잠긴 사이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서둘러 친구와 짐을 챙기고 물가로 이동 했다.
조심스럽게 물가에 노크하듯 손을 적시니 얼음장같은 차가움이 손끝에 전해진다.
순간 인기척에 놀란 물오리떼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아직 주변은 온통 어둠이 깔려있다.
수심 깊은 포인트로의 진입을 포기하고 편한 자리를 찾아 대편성을 하였다.
2.5칸과 2.9칸 두대를 나란히 펼치고 옥수수와 지렁이 세·네마리 보쌈싸듯 꿰여 던져 놓으니
친구는 말없이 담배를 피우며 지란지교를 꿈꾸듯 명삼에 잠겨있다.

내뿜는 담배연기 뭉게뭉게 구름지어 추억을 떠올리자, 아스라이 찌마져 스물스물 떠오르고 있다.
가볍게 챔질, 역시 어린 붕애(4치)다. 이번에는 제법 큰 지렁이 그리고 옥수수도 두개를 꿰어
던져 넣었다. 친구와 나는 아무말 없이 자연과 하나되는 영혼의 교감을 이루고 있다.
어느새 육신과 정신의 피로가 말끔해지듯 안개를 가르는 가벼운 스윙, 이 곳이 과연 무릉도원(武陵桃源) 일까 ?

찌불이 한마디 두마디 움직이다, 순간 멈칫거렸다. 조용히 별하나, 별둘, 별셋을 헤아렸지만 미동도 않는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조금 더 편안한 자세로 절정의 순간을 기다렸다.
5분쯤 흘렀을까 ? 기다리던 찌불이 드디어 하늘을 가르며 눈부신 빛을 발한다.
힘차게 대를 세우자 비바람을 가르는 낚시대의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순간 대물임을 직감했다.
재빨리 의자에서 일어나 힘겨루기를 시도 하지만 내심 1호 목줄에 4호 바늘이 불안 하기만하다.
급히 친구에게 뜰채를 외치고, 두 손으로 대를 꼭 부여잡고 좌우로 몸부림치는 붕어를 애써 달래어
물가로 끌어내려 하지만 마지막 몸부림이 요란하다. 친구는 완전히 조립되지 않은 뜰채 속으로 녀석의 몸을 뉘였다.
내 눈이 의심스러울 만큼 어마어마한 체구를 가진 대물 4짜 붕어가 나에게 안겼다.
오늘은 욕심을 부려본다. 평소 펴지 않던 살림망 속으로 녀석를 집어 넣었다.

순간 나는 떨고 있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이 순간, 어쩌면 기쁨보다 더한 슬픔이 나를 떨리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몸부림치는 녀석의 모습이 마치 「우리」속의 돼지 마냥 「우리」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2.5칸대의 낮은 수심이 속살마져 들어나자, 수줍음에 물결치듯 춤을 추며 주름치마로 몸을 감싸 버렸다.
그래, 이 모습이 우중출조 선배가 그토록 좋아했던「물비늘」이구나.

대를 걷고 주름치마 입은 그녀의 허리춤으로 자리를 옮겼다.
" 역시 깊다 !"
아직은 산속 깊은 곳의 때 묻지 않은 어린 붕애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방긋방긋 입을 벌리고 작은
바늘에 아픔도 잊은채 연신 달려 나왔다.
잠시 비가 그치자 바람도 멎고 반가운 님도 오셨다.
벅찬 반가움에 인사를 나누고 준비해온 음식들을 나눠 먹으며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다.
어느새 잔도 비우고 말끔히 쓰레기도 치우니 모두 물가에 앉아 대를 드리우고 있다.
새벽부터 잠을 설쳐서인지 졸음이 밀려온다.
잠시 졸았나 싶었더니 어느새 어둠이 밀려온다.
펼쳤던 대를 하나, 둘 걷고 쓰레기도 치우니 짐이 한가득이다.
이제 녀석을 돌려 보낼 때가 왔다. 나의 욕심이 과해서 인지 몇군데 상처가 있다.
마지막 인사를 사진으로 대신하고 물가로 놓아주자 주위를 서성거릴 뿐 떠나질 않는다.
"그래 미안해" 잠시 멈칫 거리더니 어둠속으로,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누군가 남기고 간 흔적을 미처 치우지 못한 나의 마음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한다.
미처 단풍도 들기전에 멍이 들어버린 「반성(反省)지」를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나의 무거운
발걸음은 자동차의 악셀레이터만 힘껏 밟고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렇게 계절이 바뀌면 차츰 잊혀지겠지.
자연은 이렇게 아무런 저항도 없이 잊혀지기만을 바랄뿐이다.

진주붕어 (2003-11-13 21:57:14)

먼저 무슨말을 해야 합니까?
많이 생각케 하네요.
멋------이란 이런겁니까?

나이스허 (2003-11-13 21:58:05)

선배님 글이 예술입니다.,,
근데 저는 이제 대를 접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네여,,
이기지 못할 압력에
지송하구요,,
4짜하신걸 추카드리며,,
내년 봄엔 꼬옥 물가에서 뵈옵기를..

살찐붕어 (2003-11-13 22:26:37)

현대문학에 등단하심이어떨지......
마치 영화를보는듯 합니다.내손에땀이가득 고였내요.
기나긴 겨울밤 당신의4짜소식에 잠못이룸을 흑흑......
축하드리구요. 다음엔 5짜하시길....

낭만풍폭 (2003-11-14 01:35:33)

너무 거추장스러운 표현이 많았던 것 같아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가을하늘 (2003-11-14 07:56:04)

경붕사의 낭망파 시인, 낭만풍폭님.
아름다운 글, 잘 읽었습니다

덜렁군 (2003-11-14 08:09:22)

겨울이 되니 더 빛을 발하네요. 풍폭님!
님의 글을 읽고 지나가자니 안까운생각이 들 정도네요.
좋은글, 항시 잘 읽고있습니다

치락 (2003-11-14 08:47:13)

차분한 조행기에 역동적인 필체. 앞으로 조행기를 어떻게 올려야 하나요.
__;;;
4짜조사에 미남에다가 글까지 잘쓰시니...

찌바라기 (2003-11-14 09:00:08)

마음은 벌써 물가로....

둠벙 (2003-11-14 09:17:16)

멋집니다!!
4짜 조사님의 서정적인 조행기..
벌써 물가에 와 있는 느낌 입니다
축하 드립니다.

낙향 (2003-11-14 09:29:54)

푸근하고 아름다운 조행기 잘 읽었네요.
풍폭님! 축하합니다.
그곳이 진주 신기지?던가? 오래 전 처음 만난 곳이.....

마산붕어 (2003-11-14 09:58:23)

흐~으~ㅁ
잘 읽었습니다.
마~치 내가 4짜를 한 기분이 드는군요 ...

물잠자리 (2003-11-14 10:38:17)

풍폭님...
잘 읽었습니다.다시 한번 감축드립니다.
이젠 4짜조사에 어울리시는 마음의 여유...배울수 있도록 멋진 모습 보여 주십시요.

여명 (2003-11-14 11:00:42)

여유스러움이 보기좋읍니다.
대물과의 만남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붕킬 (2003-11-14 11:39:21)

낚시꾼의 영원한 꿈을 이루셨네요. 참 대단하십니다. 부럽구요. 역시 대물은 맘이 너거러운 사람에게 잠시 왔다 가는 모양입니다. 영물답게 가려린 인간의 영욕을 알기에 그리고 다시 놓아 줄것이라는 것도 알기에 잠시 기쁨을 주고 가는 모양입니다. 참 좋은 조행기를 보았습니다. 님이 4짜를 하신 것 이상으로 기쁨을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청마 (2003-11-14 11:42:25)

아름다운 조행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대물과의 상면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차이장 (2003-11-14 14:45:06)

내가 주인공 처럼 착각하며 글 보았네요.
다시한번 축하해요.
고맙게 잘 보고 갑니다.

(2003-11-14 15:02:55)

직접 눈으로 보는 화보조행기 보다, 글로 보는 조행기가 사람맘을 더 설레게 하는것 같군요. 멋진 내용, 먼진 문장, 그리고 낭만풍폭님의 아름다운 마음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하고재비 (2003-11-14 15:56:42)

풍폭님의 아름다운 조행기
잘봤습니다
꾸벅

참붕어 (2003-11-14 18:53:23)

역시나 멋진 낚시인의 면모를 보여주시네요!!
아무런 욕심없이 오로지 자연과 더불어 낚시 자체를 즐길수 있다는것!!
대물을 생포했어도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낼수 있는 그마음이 부럽기만 하네요~~~(아직도 내마음이 수양이 덜 된탓인가 보네요)

들판 (2003-11-14 19:01:44)

제목입니다...^^
" "입니다.
정말 멋 진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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