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다녀온 이야기 많이 올려주세요.. 꽝조행기도 좋아요.
  물잠자리(2003-10-05 14:33:10, Hit : 666, Vote : 30) 
 물잠자리 낚시일기

밤낚을 다녀온 후라 두서없는 글이 되지 싶으니 양해바랍니다.
먼저 귀가하신 선배님들께 무사귀환했다는 쪽지만 남기고 갈려 했는데 사랑방과 조행기로 눈이 가는 바람에.....

10월2일.
여덟시쯤 혼자서 바람이나 쐴겸 집을 나섰다가 낚시점에 들리니 민물조사 두분이 채비를 사러오셨다.
인근 낚시터 조황을 물어보니 숨도 안쉬시고 장유자동차학원 옆 수로로 가라하신다.
걸면 월척에 조과가 보장된다 하시면서...그래서 숨도 안쉬고 달려갔다.
근데 낚시자리들이 썰렁하게 비어있고 "조만강"이란 간판밑에 루어 사냥꾼 혼자만이 열심히 수초제거(?)를 하고있다.
서너번 자리를 옮겨 봐도 쇠말뚝! 결국 쓰레기 한봉지들고 철수준비완료.
짐을 꾸려 나오려는데 멀리서 젊은조사 한분이 비지땀을 흘리며 갈대 숲을 헤쳐 내게로 달려오신다.
조과를 묻더니 자기도 어젯밤 열한시부터 수로 탐색중인데 붕어 얼굴 한번 못봤단다.
이심전심으로 자연스레 그늘밑에 자리를 잡고 낚시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그분은 테크닉과 무용담으로 나는 경붕사 자랑으로......
그렇게 즉석에서 친해진 둘이서 혹시나해서 나까봐님 전용터로 이동하였지만 역시나....
나이드신 노조사 한분까지 합류해 셋이서 밤 열시까지 낚시 이야기로 인심만 나누다 젊은 조사 한분만 남겨두고 철수했다.
경붕사에서 다시 만나자 약속하며...
꼬박 열네시간동안 꽝이였지만 무수한 노하우들을 귀동냥한 나는 콧노래가 절로났다.
역시 낚시는 현장에서 시범을 곁들여 배워야 이해가 빠른것 같다.
아낌없이 자기 밑천을 나눠 주는 물가 인심들!.....좋은경치에다 좋은 사람만나는것이 추억이요 어복이지싶다.
내가 생각해도 낚시는 현명한 선택이였던것같다.

10월3일.
으라차차님 뒷꽁무니만 쫒아서 악양수로 도착.
월척조사 등극에 눈멀어 사평님이 주신 정보중 기억에 남은거라곤 노래비밑 마대자루뿐.....허~걱!! 마대자루가 흔적도없이 사라졌다.
갈팡질팡에 여기가 맞네 안맞네 둘이서 한참을 옥신각신 지지고 볶을때쯤 젊은 조사 한분이 눈치 채신듯 어려운 입을 연다.
"그마대 제가 가져와서 쓰고있는데요....."(=>미안해 하시며 뒷머리 긁적긁적...^^)
뒤로 발라당에 또 허걱!!...그 좌표점 하나만 믿고 새벽잠을 설쳐 불원천리를 달려왔건만 통째로 달랑들어 옮기다니.
만년 머구리로 핍박받으시던 사평님께서 가볍게 월척3수 뽑으시며,
오~필승 코리아 축가속에 만세삼창 하시며 각계각층의 축전과 만인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던곳!
전날 양희명님께서도 죽노동 하시며 월척은 당근이요 숭어회까지 맛보셨다든 양포수로 최고의 명당포인트를......
나와 으라차차님의 새벽 잠과 바꾼 월척조사의 꿈까지 같이들어 옮겨 놓으신분.....나중에 알고보니 살인챔질님이다...이럴수가....
결국 다른분이 터를 잡으신듯해 30M위로 여장을 풀었지만 그 많은 조사님들중 실적있으신분도 없고해서 쓰레기나 줍기로했다.
근데 양포수로에서 또한번 물가인심을 느낀다.
다리에서부터 명당포인트 부근까지 쓰레기를 주워오면서 찌만 집중하고 계신 조사님들을 한분한분 불러서 돌려세워 봤다.
성질 뭐같은 놈 한테  잘못 아다리되면 맞아죽을 각오하면서.....
근데 밤을 꼬박 세운듯 푸석하고 피곤한 얼굴들이면서도 주변 쓰레기가 미안해서인지 짜증내는 사람이 없다.
뒷처리를 부탁하자 미안해 하고,수고 하신다며 칭찬도 주고,자기가 챙겨둔 쓰레기 보여주며 동참 하겠다하고 기타등등.....
역시 물가를 찾는 사람들중 인심고약한 사람은 없구나싶다.
경붕사 회원들이 조금만 더 솔선수범하며 캠페인 벌이면 깨끗한 낚시터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월4일.
추위와 싸우며 밤을 샜지만 5치급 딸랑2수....
안빈낙도님께서 짭짤한 재미를 보셨던 자리라며 사평님이 귀뜸해 주신데다 아무리 봐도 자리를 잘 앉은것 같다는 소오강호님의 칭찬에 힘입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월척입질을 지켰건만 이럴수가.
도저히 짜른 실력으로 수초구멍은 무리인것 같다.
좌측에 덜렁군 우측에 찌바라기님은 보란듯 걸어 내지만 에공 나는 수초만 붙잡고 밤새도록 줄다리기만 했다.
유리지 밤낚을 마감하고 소오강호님이 안내 하기로 한 문산 연밭으로 향한다.
가는길이 즐겁다.....별미조행이랄까...
영산 해장국(정념님)=>문산 별미국수(소오강호님)=>수박파티(정념님)=>꿀꿀이죽(정념님).
준비만 해오시고 시간없어 못 얻어먹은 누룽지라면.....(아쉽다 스~으읍)<=치락님 버전(침딱는소리)
연밭을지나 속사수로에 저마다 파라솔을 꼿고누워 낚시보다 가을 구경을한다...(아이고 배불러...)
근데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물가 인심에 작은 감동을 느낀다.
하고재비님이 연밭청소를 총대매는 바람에 간 크게 50리터 쓰레기봉투를 들고 설쳐봤다.
베스사냥을 나오신듯한 순박한 시골조사님이 지렁이를 달고 수초 주변마다 대를 담구며 탐색중이다.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는가 싶더니 내 파라솔 주변을 떡 하니 차지하고선 더이상 움직이질 않는다.
빨리 갔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내가 자리를 비우고 있으니 뭐라 할수도 없고.....
낚싯대 도둑 사건도 생각나고 해서 내 눈초리가 고울리 없다.
가방도 확인할겸 쓰레기를 주우며 슬그머니 그분 옆으로 다가가니 슬쩍 자리를 비켜주며 한마디 하신다.
"참 좋은일 하십니다. 고맙네예..."
순박해 보이는 인상이 나쁜님 같지는 않다.
매운탕 거리 잡으러 나왔다는 말에 살림망에 담아둔 큼직한 끄리 두마리를 털어 줄라니 한사코 사양을 하신다.
나도 두마리 밖에 없으니 이거라도 보태라는 말에 몇번을 거절 하시다 살림망을 받으신다.
부지런하고 일 잘하지만 어리숙해 남의집 일만 불려다니던 옛날 울동네 머슴 비스무리한 행빨같다.
정념님이 손수 조리해 주시는 꿀꿀이죽을 먹고 본격적으로 낚시 해보자는 화이팅을하고 자리에 돌아와 보니 건져 두었던 살림망이 물속에 달려있다.
이상하다싶어 건져보니 35쯤되는 베스 한마리와 손바닥 만한 블루길 한마리가 담겨져있다.
그분이 내게 고마움의표시를 하고 간거라 생각하니 정말로 가슴이 뭉클 하다.
그것이 그분의 총조과인줄 알고 있었기에.....쓰레기 좀 줍는 그기 머시라꼬....
잠시 의심했던게 미안하기도 하고 어차피 방생할걸 드렸을 뿐인데.
그분의 마음씨로 인해 연밭에서의 찝찝했던 기분이 말끔히 가신다.
역시 물맑은 곳이 인심도 좋구나싶다.
그 블루길과 베스를 살려보내며 꼼짝말고 기다렸다 그 아저씨 오시면 물어드리라고 내심 빌어본다.
아직까진 물가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느낌들이  대부분이다.
인복인지 어복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좋은 기분으로만 물가를 즐기고 싶다.

이런 좋은곳으로 인도해 주시고 먹여 살려 주신 선배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받은 은혜는 물가에서 만나는 님들께 다시 베풀겠습니다.
회원 여러분 좋은 하루 되십시요.


물잠자리 (2003-10-05 14:36:15)  
붕어 있는 조행기는 자고 일어나 올리겠습니다.
윗글이 조행긴지 아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죄송합니다.아~~함....졸...려....
정념 (2003-10-05 15:36:11)  
"낚시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모범 답안을 제시하시는 군요.

너무 좋은 글을 보게 해 주시는 군요.

저는 물잠자리님 팬 될람미다 ㅎㅎㅎ
푹 쉬시고,
붕어 있는 조행기...기대합니다.
낭만풍폭 (2003-10-05 16:04:04)  
아름다운 조행입니다. TT
나까봐 (2003-10-05 16:52:09)  
장문의조행기 한글짜도 놓치지않고 다~끝까지잘읽어보았습니다
존경함니다 물잠자리님^*^
악양에서도 봉투들고 동분서주하시면서 금(?)쓰레기주우시던모습이떠오르네요
바로저~기~라!---하면서두--저도아찍까지그렇게는못해봤네요
시청에추천서올려놨어요---ㅋㅋㅋㅋ,혹시 차기대권출마라도~~`한표---ㅋㅋㅋ
아침고요 (2003-10-05 20:14:56)  
물잠자리님의 멋진 활약에 박수 보냅니다.
날씨도 추워지는데 건강 조심하시고 활발한 활동 기대합니다.
인실붕어 (2003-10-05 20:17:13)  
물잠자리님 제가 마대를 옮긴게 아닌뎅... ^^..
그날 물잠자리님께서 보여주신 금봉지(쓰래기봉지) 제가 감명받고 오늘 인실지에가서 20ℓ짜리로 3봉다리 건저왔는데 그래두 많더군여,, 담주에 또갈땐 50ℓ짜리로 건저와야지여 ㅎㅎ..
붕어만 잡아야 낚시...아니겠죠?!!
내 맘에 뭔가를 담아왔다면 그것도 낚시겠죠,,,
건강조심하시구여,
모든님들 안출,즐낚,워리워리////
운칠기삼 (2003-10-05 20:22:18)  
물잠자리님 좋은일 하셨네요.
아직 불편한몸으로 장시간 낚시를 하시는모습이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추워질땐 특히나 조심하십시요.
보름때 전화 드리겠습니다....
(2003-10-05 20:55:00)  
경붕사에 늘 오시는 초보 회원님들도, 처음에는 쑥스럽고 여러가지로 걸리는게 많겠지만 용기를 내어 선배조사님들과 만나다 보면 좋은 인연이 생기리라 생각합니다. 물잠자리님은 이제 민물낚시 시작하신지 한달되었나요? 몸이 안좋아서 잠시 쉬고 있는 중이어서 낚시할 시간이 많이나서 실력이 빨리 느는것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와 또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아름다운 마음이 있기에 이제 많은면에서 저보다도 더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이제 막 붕어낚시를 배우고 낚시가 좋아 미치겠는데 같이 낚시갈 사람도 없고 또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그럴때 과감하게 경붕사 선배님들을 찾으십시오. 친절하게 알려드릴겁니다.

저는 물잠자리님을 뵈면서 늘 이런걸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물잠자리님.
그리고 낚시를 통해서 건강 완전히 회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기 조심하세용..
안빈낙도 (2003-10-06 07:23:24)  
시작은 고생스럼이었으나 좋은분들과의 즐거움으로 마감하신 긴 나들이 얘기 잘 들었읍니다.
몸이 불편하시다면서 낚시터 환경까지 챙기시고......뜨거운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아울러 하루빨리 건강이 회복되시길 빕니다.
하고재비 (2003-10-06 08:21:24)  
물잠자리님 잘 들어 가셨네예
지도 가스가 딸랑딸랑 해서 였지 잘 들어갔슴다
물잠자리님이 너무 열시미 하시니 저도 많이 보고 있슴다
조행기 빨리 올리주이소마
기다릴께예
꾸벅
소오강호 (2003-10-06 08:36:23)  
계속 놀라고 있습니다.
하고재비님, 물잠자리님 수고 하셨습니다.
후배님들이 쓰레기 정리를 하니까 저는 할일이 없어 집니다.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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