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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2005-01-01 02:14:27, Hit : 2350, Vote : 150)

새해.. 행복하세요...

뉴질랜드 근처 바다..
그 곳 어딘가에 사람이 쉽게 잠수해 들어가지 못할 심해에 동굴이 있다고합니다.

어렵게, 또 우연히 이곳을 들어갔다 나온 한 잠수부가 이 동굴 깊지 않은 곳에서 고래의 시체-유골 을 발견한 뒤로, 이 곳 심해 화산동굴은 고래동굴이라고 불려졌다는군요.

1990년대 후반,
어느 날엔가 학자들과 카메라맨, 전문 다이버 등등이 특수 잠수장비를 동원해 이 동굴을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오랜시간동안 사람은 물론, 다른 어떤 바다생물들의 접근조차 허용치 않아왔던 그 심해의 동굴....
상상해보면, 암흑 그자체일테고요..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영원의 시간동안 퇴적되어온 그 미답지의 퇴적물... 흙, 먼지... 부패된 플랑크톤... 그리고 암흑... 단 삼십분의 호흡시간...
이 모든 조건들이 육지를 떠난 그들에게 절대적인.. 두려움이 되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다이버의 부주의한 작은 행동이 일으킨 작은 물결은 그 영원의 시간동안 퇴적된 바닥먼지와 흙, 부패물 등을 폭풍처럼 일으켜 시야를 가리게 되어 탐사해 들어간 다이버들도 못 빠져나온다더군요.

다이버와 카메라가 탐사해 들어간 그 곳,
탐사팀과 카메라는 동굴 입구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곳에 성인고래(成鯨) 두마리가 동굴 안쪽을 향해 나란히 누워 죽어있는 흔적을 발견하였습니다.
대략 추정한 사망시기는 약 2백년전 정도..

해저 용암돌출과 수증기로 생성된 동굴이라 육지의 화강침식 동굴과는 그 생김이 많이 달랐습니다.
동굴의 굴곡과 벽면은 미로와도 같았고, 상하 감각을 앗아버린 폐쇄공간에서의 절대부력과 불투명한 시각은 탐사팀에게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좀 더 깊숙히 십여분을 헤엄쳐 들어간 그 동굴은 윗쪽을 향해 좁아졌고, 몇 차례 더 신화처럼 좁아지며 계속 굽어졌고...
결국, 끝까지 헤엄쳐 들어간 -- 절대적인 암흑 속 -- 그 곳엔 좁지만 평지와도 같은 작은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그 곳, 작은 평지와도 같은 그 곳 그 공간엔, 새끼고래 두 마리의 주검이 입구쪽을 향해 나란히 누워 있었습니다.

탐사팀은, 심해 암흑속, 그 절박한 위험 속에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왜 이 들 고래가족이 이곳에서 죽어있는가? 무엇때문에 이곳에서 일가족이 죽어있는가..
자살이었을까?
먼저 실종된 새끼들을 찾아 고래부부가 이곳에 들어왔다가 새끼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이곳을 떠나지 못해 죽고만 것일까?
검고 깊은 그 암흑의 절대공간에... 고래가족의 애처로운 울부짖음이 들리는것 같았습니다.
심해, 시간도 삶도 없던 그 공간에서 잠시나마 두려움 조차 잊었던 다이버들이 한결같이 가졌던 의문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다이버들은 각각의 고래유골을 조금씩 채취해서 수면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유골의 동위원소를 검사해서 고래유골의 연대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입구의 한 고래는 약 팔백년전.. 입구 다른 고래는 천 몇백년전..
그리고 동굴 안쪽의 새끼고래들은 삼천년전 시체였다는군요.

수천년의 시간이 뒤섞인채 고스란히 보존되고있는..
그런 공간이 우리가 살고있는 이 땅 어딘가에 있습니다.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네요...
해 가는 것이 기다려 졌던 분이나, 못내 아쉬웠던 분이나.. 모두 시간의 한 분절에 대한 생각을 피하진 못 하셨을 것 같습니다.
매년 오는 8월 8일 이나 9월 9일 과는 매우 다른 의미로 말입니다.

공간중의 한 공간일 뿐인 보잘것 없는 흙과 나무, 철.. 구조물로 살짝 잘라 구분 진 공간이나,
시간이나 달력, 사람의 필요에 따라 살짝 분절된 듯 합의된 시간의 한 순간들...
그렇게, 오늘이란 날은 "영원"과 "오늘"의 의미를 쉬 잊고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들 이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재해 - 재앙으로 인해 영원의 일부로 돌아가신 이 땅의 눈물과 땀, 피... 너무도 많은 그 모든 분들과 유족께 오늘 작지만 숙연한 마음을 드립니다.
다시는 오늘같은 눈물이 영원으로 남지 않게 되길 빕니다.....

2004년이 지나갔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희망 하시는 모든 행복, 주변에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

Yuki kuramoto - Meditation

이글에 있던 배경음악은 저작권법에 따라 음원삭제하였습니다.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경붕사관리자드림)

덜렁군 (2005-01-01 06:35:57)

강만수선배님. 을유년은 바라시는 모든것이 성취되는 한해가 되시길...

느티골.. (2005-01-01 07:13:11)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심오해 집니다.

을유아침 님의글 잘 읽었고요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시길..

진짜초짜 (2005-01-01 08:12:57)

새해에는 하시는일 모두 이루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꽁수 (2005-01-01 08:43:02)

새해 아침!
새해 복 마니마니 받으시고
계획하신 모든 일들을 성취하시길 바랍니다

송애 (2005-01-01 09:21:22)

새해 아침에 님의글을 읽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케 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즐거운낚시 (2005-01-01 09:44:14)

새해아침에 좋은글을 읽게 해줘서 감사드립니다..

많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강만수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저는 몇백년된 아무도 모르는 소류지를 하나 찾는게 새해 소원중의 하납니다...ㅎㅎ

콩삼 (2005-01-01 13:17:36)

새해아침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강만수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물잠자리 (2005-01-01 19:15:50)

감사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차이장 (2005-01-01 20:00:27)

고맙습니다.
좋은 이야기 찬찬이 음미 하고 갑니다.
새해에는 소망 하시는 모든일,
뜻대로 이루시길 기원 합니다.

팔공산 (2005-01-01 20:38:28)

좋은글 읽고갑니다.
고맙습니다.

(2005-01-02 09:34:39)

강만수 선배님의 바램들이 이땅에, 경붕사 모든 회원님들에게 이루어지기를 소망해봅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용두산 (2005-01-02 16:21:10)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가슴뭉클히 잘 읽었습니다.
새해에도 바라시는일 잘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

마음속깊이 (2005-01-02 17:28:4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05년에도 선배님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었으면 합니다.
언제나 불러 주세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된 한해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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