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나누는 곳입니다. 퍼온 글은 올리지 마세요.

가락	(2004-08-25 17:04:29, Hit : 2933, Vote : 164)

데고 베고

아침에 딸 아이가 못을 구워달랍니다.
전자석 학습의 소품이라 하여 집게로 못 머리를 잡고 벌겋게 불에 구워내니
학교에 빨리 가야한다며 만지려합니다. 조금있어라 하며 상온에서 천천히 식히는데
식으면서 검게 변하는 못 색깔에 점점 어릴 때의 한 장면으로 빠져듭니다.
그 때에 쇠 붙이를 모아놓았다 엿을 바꿔 먹곤햇는데, 발전기나 모타 수리 후 남은
E자형의 박판도 2장을 서로 끼워 딱지치기나 구슬과 바꾸기도 했지요.
37, 8년 쯤 전에 그 날도 못과 철판 쪼가리를 주워 맛있는 엿과 바꿔먹을려고
작은 대장간 근처를 어슬링 거리는데, 저만치 제법 큰 철판이 보입니다.
슬~쩍 주인 눈치를 보고 살며시 그리고 재빠르게 철판을 주워, 내 빼는 순간...
악! 하는 짧은 비명과 내 오른손은 입안으로 들어갑니다.
금방 잘라낸 뜨거운 철을 만져 달궈진 손가락을 식히려 후후 불고 빨며
찬 물과 간장을 찾아 가는데 소주 댓 병이 보입니다. 발로 껃어차고 갑니다. 잠시 후
시큰시큰 거리는 느낌이 들어 신발을 벗어보니 오른 발가락이 베이어 피가납니다.
데(이)고, 베(이)고하여 오른손은 입안에, 왼손은 오른 엄지 발가락을 잡고 있는 내 몰골이란...

신발 바닥은 피로 얼룩졋고 붉은 피와 검은 고무신의 질퍽거리는 부조화와 끈적거림.
그 것보다 고무신 앞이 찢어져 큰 일입니다.
멀건 신을 찢어 놓았으니 이대로 집에 가면 문디 자슥아 하며 날아오는 빗자루나
연탄집게는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상심하여 가다가 우울한 마음에 저만치 돌멩이를 왼발로 힘껏 찼습니다.
그런데...그만! 훌렁 벗겨진 고무신은 옆의 또랑으로 풍덩.
지금은 복개 되었지만 당시 큰 골목 갓 쪽의 개골창에 반 쯤 빠져 코만 내밀고 있는
내 검정 고무신. 이 대로 집에 간다는 건 바로 죽음입니다.
신발 한 켤레로 마르고  닿도록 신어야 새 신을 사주는데 이젠 아예 한 짝이 없으니
온전한 신체 유지는 생각을 할 수 없는 일.
쫒겨나면 어디로 간단 말인가. 동네 애들이 하나,둘 모여 "아이구 이제 넌 클 났다"
구경만하고 있는데 어떤아이가 길다란 대나무 장대를 가져와 신발을 건집니다.
잘 못 건드려 점점 빠져드는 신을 보며 제발 밖으로 나와달라고 주문을 비는데
얼마후 코 끝이 걸려 대롱대롱 거리며 나오는 '수렁에서 건진 내 고무신'!
향기로운(?) 고무신과 그 아이가 얼마나 고마운지. 그제서야 나는 내 오른손과 발가락이
결코 성치 않다는 사실을 또 알게되고 아픔속에 당장 오늘이 걱정됩니다. 그 덩치 큰
아이는 평소 거친데 그 날 위기를 넘기게 해준 의리의 돌쇠로 다가오고요.
친구집에서 깨끗이 씻고 저녁에 살금 들어가 간장과 된장을 바르고 고달픈 그날은 보내었지
만 다음날.....병에 찢어져 방수에 문제가있는 발가락을 "아이고 이놈아 이걸 참고 있었나"
꾸중보다 안타까운 걱정에 부모님이 발라주시는 갑오징어 대구리 갈은 흰 가루와 아까징끼
를 후후 불어대고 있는 저는 그때에 이렇게 눈이 작아졌답니다.

"이제 가져가도 되?"  딸 아이의 소리에 종이에 감싼 미지근한 못을 건네주며 지난생각에서
돌아옵니다.
전자석의 기초 원리를 알려고 하는 좋은 학습이구나 생각하면서,
철로에 못을 올려놓아 바퀴를 이용하고, 모래에 넣었다 빼면 쇠가루가 붙어 나오는 지남철
놀이 생각도 납니다.
극장에 기도보는 아저씨 몰래 들어가 영화를 보곤햇는데, 사격장 근처에서 탄피와 고철을
줏어 팔어 생계를 유지하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그 소년들이 불발탄된 포탄을 잘 못 건드려
폭발하는 바람에 죽어가는 한 영화의 생각도 납니다.
이 얘기가 낚시와 무슨 상관이냐고요?
글 중에 "못"이야기도 나오고(?) 대나무"장대"에 "건져 나오는" 부분도 있으니까 낚시와 관
련이 있습니다요!  - -;;.
더욱이 "소주 댓 병"은 확실한 증거가됩니다.  ㅋㅋ

이글에 있던 음악은 저작권법에 따라 음원삭제하였습니다. (경붕사관리자드림)

가락 (2004-08-25 17:06:21)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회원님 모든 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일남일녀 (2004-08-25 17:16:59)

하하 그렇네요
건강하세요

월향 (2004-08-25 17:22:41)

오랜만에 가락선배님의 글을 뵙습니다.
역시나 흐뭇한 웃음이 입가에 맴돌게 하시는군요.
자주 글 올려 주십시오.^^

무송이 (2004-08-25 17:42:51)

ㅎㅎㅎ
분명히 낚시와연관이 있습니다.
선배님 재미있게 보고갑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진영맨 (2004-08-25 17:58:43)

다 그런추억은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가공한 쇠보고 살아있는쇠라고 그런적도 있고여 ㅋㅋㅋㅋ!

오토 (2004-08-25 18:05:33)

웬지 편안해지네요..
잘보고 잘듣고 갑니다..^^

꽁수 (2004-08-25 18:22:44)

낚시와 관련있는 확실한 지난 추억 이군요. ㅎㅎㅎ
데고 베고= 화상과 절상 이군요
혹시?
낚시 가셔서 차고 그러진 않지예? ㅎㅎㅎ

뽕애 (2004-08-25 18:49:29)

가락님 만큼 세월을 살진 못했지만 저도 그 비슷한 추억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고,,,,그리운 추억입니다.
즐거운 한때의 아름다운 추억 고이 간직하십시요.

유천굴다리 (2004-08-25 19:44:18)

선배님글을 뵈니 반갑습니다.
제가 선배님글 애독자(?) 이거든요.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으라차차 (2004-08-25 21:43:04)

따뜻한 추억입니다.
가슴깊이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깜찌기 (2004-08-25 21:51:13)

님의 글을 읽으니,지금껏 생각도 기억도 하기 싫었던 옛적의 아픈 기억이
아스라하게 떠오르네예.
그땐,우찌 그리도 다 못살았는지...
함 만나서 옛날얘기 하면서 추억에 흠뻑 빠져들고 싶네예..
건강하세요...

용두산 (2004-08-26 00:19:20)

한참을 사랑방얘기와 다소곳한 노랫말과 가락님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한참을 있습니다.
어느 슬픈 산골소녀의 이야기 참 좋으네요.
넉넉한 추억주심을 감사드림니다.

가락 (2004-08-26 01:42:07)

보잘것없는 추억을 보아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일남일녀님은 자녀를 저와 같이 두셨군요.
낚시가서는 차지 않으려고 좀 참습니다. 꽁수님 ㅎㅎ
유천굴다리님 말씀에 황감합니다.ㅎㅎ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합니다.

덜렁군 (2004-08-26 08:10:25)

기락님의 글을 정말 오랜만에 접하는것 같습니다
음악만 듣으도 님의 마음을 알것만 같습니다

오차차 (2004-08-26 10:00:12)

글속에서 선배님의 연륜과 인간미가 물씬 풍깁니다. 선배님 존경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선배님의 어린시절 추억을 아름답게 생각하고 이야기 하시는걸로봐서
선배님의 인격또한 살짝 엿볼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존경한다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는가 봅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찌한마디 (2004-08-26 12:20:58)

오랫만에 읽어보는 어릴쩍 추억 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쥰 (2004-08-26 16:42:58)

어린시절 양은 세숫대를 고물상에 팔아
작은형과 형친구랑 영화관에 들어가고 저는 밖에서 기다리고,
한참을 기다린(2편 동시상영)저에게 형들이 하는말,"집에다 이르면 죽어"
옛추억이 생각납니다.

가락 (2004-08-27 09:40:35)

분에 넘치는 답글을 받았습니다.
격려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4-08-27 12:12:22)

가락님 잘 지내시지예?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물잠자리 (2004-08-28 09:43:46)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선배님의 글이시네예.^^*
잘 지내시지요?
선배님의 추억이 제 추억과 비스부리...
제 고향이 후져서 다른곳보다 십수년은 늦게 발전한탓에 동시대를 살아온듯합니다.
그리고 "소주 댓 병"은 그단새 경붕사 금지단어로 바뀐줄 압니다.ㅋㅋ

가락 (2004-08-30 16:18:57)

감사합니다. 사랑과 평화님
물잠님 고성이 고향이라 들었는데요, 금지단어 "소 주대 병"을 엿으로 바꾸면 또 금지단어가...ㅋㅋ.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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