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붕어랑나랑입니다.
저는 언제나 주말이 가까워지면 일기예보에 귀가 귀울여 지고,
달력을 살피면서 집안행사나 공장 행사가 없는지 확인합니다.
지난 주는 모처럼(거의 1년만에) 경주에서 개최하는 세계 문화엑스포 구경을 갔습니다.
친구네와 우리 가족은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영화도 보고,
멋진 공연도 보았으며,
야외 조각공원 억새밭에서 사진도 찍었지요.
문제의 날.
어제는 출근하여 아침부터 연구보고서 마무리를 위해 쥐가 초먹은 것 처럼 방방 떳습니다.
방방뜬 보람이 있어 오후 2시경에 드디어 보고서 완성, 접수 완료하고
집으로 가 밥을 입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숟가락을 부지런히 놀리면 앞의 밥은 밀려서 자동적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는 바라바리 보따리를 챙겨 집나가는 *처럼 차에다 집을 실어니 차에 가득합니다.
목적지는 악양수로인데
도중에 미남실내낚시터 앞 수로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핸들을 돌렸습니다.
에궁~~~,
어쩌지? 친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텐데...
어쩝니까?
잠시 친구를 배신하고 그 놈의 빨래터 앞으로 갔습니다.
한데 물이 더럽기 이루 말하기 곤란할 정도였어요.
물이 너무 더러워 망설이다가 그냥 가기도 섭섭하고
몇 분이 낚시를 하는데 힘입어 16, 20, 23 으로 3대를 펴 8시 가까이 떡밥을 날렸는데 입질 한 번 없더군요.
에라~~~,
악양으로 가자.
또 보따리를 바리바리 싸고 추위를 대비해 옷을 입으니 꼭 팽귄같다.
소변을 볼려고 바지라도 내릴라치면 한 참이나 걸린다. 급하면 옷에 쉬~~ 할 정도다.
하여간 악양에 도착하니 왠걸, 사람이 별로 없다.
토요일 밤이면 수로 양쪽에 녹색 불이 가득해야 할텐데 사정이 좋지 못한것 같았다.
그래서 가방을 차에 두고 내려가 보니 친구는 붕어1마리를 낚아 놓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낱마리 수준이었다.
갈등...
억지로 권하는 친구를 위해 짐을 풀기로 하고 수로에서 노래비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비탈길이 신병훈련소 각개훈련장이다. 하기야 이정도는 별것 아니다.
몇 년전에는 릴 한가방을 들고 임해진 절벽도 타지 않았는가?
간신히 9시가 넘어 31, 35 두대를 펴고 몇 번의 떡밥을 던지니 35대에서 입질이 왔다.
쭈욱~~~,
휙-,
와~~,
대단하다.
옆으로 째고 아래도 처박는 힘이 장남이 아니다.
올려보니 26정도 되는 토종이다.
흐미~~~,
이쁜 것.
또 얼마 후,
35대 찌가 쑤욱 오른다.
휘~~익.
이것도 재법이다.
물가로 조심스럽게 인도한 후 살짝 들어 올리니 발 앞에서 툭하고 떨어진다.
그러나 동작하면 붕어랑나랑아닌가?
재빨리 움켜 잡으니
오메~~,
월이네.(32.5Cm)
근데 희나리다.
희나리는 월에 안끼워주나요?
내 생애의 첫 월은 이렇게 살며시 다가왔건만 혹시, 누군가 희나리는 안끼워준다 하면
또 세월을 낚을 수 밖에 도리가 없다.
내일 새벽을 노리기 위해 잠을 자기로 했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차에 들어가 잠을 자고 나와보니 아침 안개가 내려 천지가 뽀얕다.
안개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찌의 불빛이 곱기만 하고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도 푸근하기만 했다.
뭔가 대박이 터질 것 같은 예감과는 달리 새벽부터 붕어의 마음은 열리지 않았다.
간신히 25 정도 되는 붕어를 1마리를 더 추가하고 손을 씯는 순간 찌가 쭈욱 솓아오르는데
아차!
정점에서 내려오는 순간이다.
그래도 반사적으로 챔질!
늦었다.
뭔가 강한 충격이 왔지만 이내 소식이 없다.
시간이 흐르고 눈꺼풀도 무거워진다.
다음을 기약하며 수로에 작별 인사한다.
멀리 보이는 악양루가 아름답다.
Good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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