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 6.25 - 폭우전야의 고요(남산보).
- 저 멀리 양천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가 보이고 -
- 지역 낚시동우회에서 설치해 놓은 좌대와 천막(간이 화장실도 있음) -
˝ 어젠 참 많은 비가 왔습니다
강물이 불어 강폭이 두 배도 더 넓어졌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금세라도 줄이 끊길 듯 흔들렸지요
그런데도 난 나룻배에 올라탔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흙탕물 속으로 달렸습니다
아, 참 한 가지 빠트린 게 있습니다
내 나룻배의 뱃머리는 지금 온통 칡꽃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폭우 속에서 나는 종일 꽃장식을 했답니다
날이 새면 내 낡은 나룻배는 어딘가에 닿아 있겠지요
당신을 향한 내 그리움의 지름길은 얼마나 멀고 또 험한지
사랑하는 이여,
어느 河上엔가 칡꽃으로 뒤덮인 한 나룻배가 얹혀 있거든
한 그리움의 폭우가 이 지상 어딘가에 있었노라
가만히 눈감아줘요.˝
詩 곽 재구,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낙향(落鄕)..
탯줄 끊은 땅, 내 고향 어은(漁隱)골.. 당신(當身)이 나를 반기듯 일기(日氣)도 외면한 밤하늘에는 어둠반 별반이었다.
양천강 상류 아늑한 산기슭에 자리잡은 낮은 봉오리, 그 봉오리 아래 홀로 잠들어 계신 나의 아버지..당신이 그립습니다.
(남산)마을 입구에 주차를 하고 제방을 내려서니 언제나처럼 몇몇 조사들이 강붕어와 가벼운 실갱이를 벌이고 있었다.
얼마나 물가가 그리웠던지 발걸음은 어느새 풀숲을 헤치고 수초를 피해 서둘러 2.5·2.9칸을 펼쳤다.
집어용으로 천하무쌍+GTS, 미끼용으로 글루텐(딸기)을 준비하니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잠시 여유를 부리며 담배 한까치를 꺼내 태우니 한낱 잡히지 않는 그림움처럼 담배연기 뭉게뭉게 구름지었다.
연기탓인지 그리움 탓인지 눈시울이 젖어들즈음 2.9칸 찌가 스물스물 올라 오는가 싶더니 금새 요란하게 춤을 춘다.
춤추는 피래미와의 해후(邂逅) 그리고 그칠 줄 모르는 그리움의 폭우(暴雨)가 내리고 있다.
조금 더 떡밥을 단단하게 달아 던지니 찌가 얌전히 제자리를 찾는다.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댈려는 찰나에 찌톱이 잠기는가 싶더니 시나브로 상승한다.
조금 더 기다렸다 절정의 순간 챔질‥ 물살을 타고 옆으로 차고 나가는 전형적인 강붕어의 손맛이 손목을 타고 느껴진다.
이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밤이 깊어 갈수록 조금씩 굵어지는 씨알과 거세지는 몸놀림에 이젠 지쳐 허기마져 느껴질 정도다.
(글루텐 2봉을 다 써버렸으니 얼마나 많은 투척과 챔질을 했단 말인가 ?)
준비해간 김밥과 간식거리 그리고 시원한 캔맥주로 허기를 채우니 굶주렸던 복부와 살림망이 동시에 풍족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리는 어부가 아닌 이상 더이상은 과욕(過慾)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총총이 빛나던 밤하늘의 별은 차츰 희미해져 가고 어느새 밤공기는 이슬 머금은 듯 촉촉히 젖어 있었다.
파라솔을 펼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 한방울‥ 두방울‥ 이마를 적시는 가랑비가 한여름의 한기(寒氣)를 느끼게 하더니 순간 멎었다.
남은 떡밥만 쓰고 가자며 다시 대를 드리우자 작은 욕심이 화를 자초했다.
눈 깜짝할 사이 폭우가 내리다 못해 퍼붓고 있었다.
때늦은 후회는 내 몸을 완전히 적셔 놓았다.
서둘러 장비를 챙기고 살림망을 비우니 향긋한 비내음 보다 더 상큼한 비린내가 진동하였다.
(오늘의 조과는 7-8치 20여수 / 7치이하 20여수)
새벽안개 가르는 차창 사이로 뼛속을 파고드는 한기(寒氣)와 사무치는 그리움이 주마등(走馬燈)같이 스쳐 갔다.
언젠가 당신이 그랬듯이 집으로 향하는 이 길은 빗물에 젖어 있었다.
언젠가 당신도 그랬듯이 집으로 향하는 내 볼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그 때의 당신처럼 나도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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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은(漁隱)의 유래 : 삼가면 소재지에서 진주행의 국도변 오른쪽의 첫 동네이다. 어은 마을은 옛 이야기에 물고기가 숨어 있다는 지리설이 있기 때문인데 현재도 마을에서 필요없는 못이나 소류지를 매립하지 아니한다고 한다
● 남산보 소개글.
경남 합천군 삼가면 소오리에 소재한 양천강에서 다양한 강고기를 선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토종붕어는 물론 돌붕어 ㆍ떡붕어ㆍ희나리까지 낚이고 강에서 볼 수 있는 메기ㆍ꺽지ㆍ가물치ㆍ잉어 등 다양한 어종이 낚여 강낚시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양천강 최상류권에 위치한 남산보는 마릿수 조황이 제일 좋은 곳.
삼가면 소재지 바로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합천읍에서 33번 국도를 타고 진주방면으로 약 20km정도 내려오면 닿는 이곳은 양천강이 발원하는 쌍백면 아등재와는 겨우 10여 km에 불과한 최상류권. 따라서 수질이 우수하고 붕어들의 때깔도 아주 곱다.
삼가면 소재지를 관통한 양천강 본류는 경호강과 합류하여 진주 진양호로 흘러들어가는데 비가 많이 내린 직후 보가 범람 하게 되면 진양호와 경호강의 굵은 붕어들이 소상하여 이곳 삼가면까지 올라붙게 되므로 폭우가 쏟아진 직후엔 항상 호황으로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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