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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문학선비 고윤상
요즘 술이 자꾸 댕기네요.
술 중에 ‘처음처럼’이라는 소주가 있어요.
이 술 먹다보면 참 많은 생각이 납니다.
나는 우찌하여 처음에 바랐던 모든 걸 잃어버리고
여기 혼자 쭈구려 앉아 쓴 술잔을 삼키고 있는 것인가?
처음 청운의 꿈을 안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 그대로
처음 직장에 입사했을 때의 느낌 그대로
처음 연인을 만났을 때 그 순간의 설레임 그대로
처음 낚싯대를 드리우던 그 순간의 느낌 그대로
처음 신입으로 정출에서 만났던 그 순간의 느낌 그대로
언제나 그렇게 순수하고 아름답게 살아오지 못했음을
오늘 이렇게 쓴 술잔에 푸다 버리는구나.
고전인 《시경》에서는 ‘미불유초 선극유종’ 이라 해서 첫 시작은 하기 쉽지만 끝까지 잘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마음이 쉽게 퇴색되고 변질되고 흐려진다는 것이다.
맹자는 갓난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은 자가 대인이라 했다.
나이를 먹어도 언제나 초심자와 같은 마음으로 매 순간을 순수하게 대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처음 마음이 곧 지극한 마음이다. 항상 처음 마음을 사랑하자.
이제는 모든 욕심을 내려 놓고 처음 만난 느낌 그대로 순수하게 살아 가련다.
처음 느꼈던 그 설레임으로
언제나 처음인듯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날마다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고 싶구나.
- 2013년 8월 21일 저녁에 쓴 소주를 마시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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