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없는 포식자 토착어종 씨말린다 : 토착어종 외래종에 점령 위기
태화강에 서식하고 있는 대표적인 외래종은 블루길(파랑볼우럭)과 배스(큰입우럭), 황소개구리(양서류). 이들은 어떤 형태로 서식하면서 토종어종과는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태화강에는 모두 40여 어종이 서식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토종이 37어종이고, 외래가 3어종인 것으로 울산경실련의 조사결과 드러났다. 어종수로 볼때 토종이 37종으로 3종의 외래종보다 크게 많지만 외래어종의 경우 육식성인데다 번식력이 좋아 차츰 그 수가 급증하면서 태화강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초 소득증대를 위한 양식용으로 도입된 이후 하천이나 댐, 저수지 등으로 확산된 외래어종은 모두 11종. 이 가운데 태화강의 블루길과 배스 등은 낙동강 원수 유입과정을 통해 들어와 사연댐 일대와 저수지, 하천 등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태화강에 서식하는 외래어종의 경우 물살이 급한 상류지역보다는 먹이가 풍부하고 수온이 비교적 따뜻한 중·하류지역 일대에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블루길은 북미가 원산지인 대표적 육식성 어종으로 지난 1969년 12월 수산청이 일본으로부터 치어 510마리를 들여와 한강과 팔당댐 등에 방류시킨 뒤 태화강을 비롯한 전국의 하천, 댐, 저수지 등으로 전파됐다.
미국북부가 원산지인 배스는 기후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비교적 따뜻한 수온을 좋아해 하천보다 저수지나 댐 같은 곳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배스도 양식을 목적으로 국립내수면연구소에서 들여온 뒤 일부 양식업자에게 분양되면서 국내 하천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배스의 경우 물의 흐름이 빠른 태화강 상류보다는 섬바위~언양 구간의 중·하류지역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배스는 다른 어종에 비해 염분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 태화강 하류의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서도 일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낙동강 원수 유입으로 블루길과 배스가 급증하면서 3~4년전부터 울산 강태공들 사이에는 태화강 일대의 루어낚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배스 루어낚시의 경우 움직임이 많아 상당한 운동량을 요구하면서 최근 낚시동우회 회원들사이에 새로운 레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태화강 일대의 루어낚시가 가능한 지역은 삼호교 인근에서부터 선바위까지 수초가 많은 지역이 포인트다.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로 들어가는 백천교 조금 아래 수초대 인근 넓은 지역에서 입질소식이 가장 많이 전해지고 있다. 태화강에서 4년째 루어낚시를 하고 있는 문모씨(49)는 "태화강에서의 배스 입질은 산란기인 4월말~5월이 가장 왕성하고 하루중에는 일출전후가 적기"라며 "낚시꾼들 사이에는 30~40㎝급의 배스를 끌어올렸다는 얘기는 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외래어종은 육식성인데다 번식력이 좋아 태화강 일대의 토종어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어 환경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자연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주범으로 자리잡았다. "민물의 난폭자" 블루길과 배스는 곤충, 새우, 게 등을 먹고 성장한 뒤 어느정도 자라면 토착어종의 알이나 어린물고기, 새우까지 마구 잡아먹고 있어 토종 물기고의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했다.
울산지역 낚시꾼들은 "블루길과 배스가 태화강 일대에 등장한 뒤 붕어 등 토종어종들이 상당히 감소한 것 같다"며 "토종어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외래어종에 대한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식용개구리로 알려진 황소개구리는 북미산으로 지난 1973년 농가소득증대를 위해 일본에서 도입·양식된 이후 태화강 일대를 비롯한 전국의 하천과 늪지, 저수지 등으로 확산됐다. 5~7년을 사는 황소개구리는 2~3년 성장하면 몸의 길이가 20㎝정도로 커지고, 번식력도 좋아 최근 몇년새 행정기관과 시민단체 등에서 퇴치운동을 벌일정도로 생태계 파괴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황소개구리는 수서곤충과 작은 물고기, 가재, 새우는 물론 토종 개구리나 도룡뇽, 도마뱀, 장지뱀 등도 닥치는대로 먹어치우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기관과 시민단체 등은 태화강 생태계 보호를 위해 해마다 황소개구리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행정기관 등에서 해마다 펼치고 있는 외래어종 퇴치운동은 연중 일회성에 그치고 있는 반면 황소개구리 등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한때는 황소개구리 퇴치를 위해 포상금을 걸면서 전문 사냥꾼과 전용그물까지 개발되는 등 성황을 이뤘으나 최근에는 이마저 흐지부지 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하천과 늪지 등에서 투망을 통해 포획하는 황소개구리 퇴치운동은 방법적인 측면에서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외래어종을 퇴치하지 못할 경우 태화강의 생태계 파괴는 불가피하다"며 "황소개구리 잡기운동의 방법을 개선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배스와 블루길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훈기자 jhpark@ksilbo.co.kr 200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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