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다녀온 이야기 많이 올려주세요.. 꽝조행기도 좋아요.
  장자와붕어(2003-06-26 17:36:42, Hit : 713, Vote : 28) 
 http://무
 별을 안주삼아......

부곡 학포수로중 이름모를 늪지(?)를 다녀와서......

6.25 14:00
따가운 뙤약볕은 구름에 가려있어 서늘하고, 산들산들 체온을 식혀주는 바람이
나를 자연으로 유혹한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일다 아이스박스에 시원한 얼음물과 쇠주2병을 담아서 길을 나선다.
국도에 일단 차를 올리고 나니 어느새 내 마음은 이미 그 곳에 가 있다.

동읍을 지나 주남저수지를 거쳐 다다른 곳은 산남지.
비가 두어차례 왔는데도 불구하고 물이 상당히 많이 빠져 있다.
개인적으로 산남지같은 곳에서 낚시를 잘 하지 않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오른쪽 발로
악셀레이터 페달을 힘껏 밟아 봉곡을 지나 본포에 이른다.

이제 갈림길이다. 북면쪽이냐? 부곡쪽이냐? 정해 놓은 여정길이 아니었기에 순간 멈칫했지만
오늘은 오른쪽에 힘이 부쩍 들어가는 것은 왜일까?...ㅎㅎㅎ
순간적으로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어 부곡쪽으로 내닫았다.
탁트인 낙동강 다리를 건너 "이제 어디로 가지?" 잠시 망설이다가 문득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곳이
있었다.
예전에 한번 지나가면서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인적이 드물고 이쁜 숲과 연꽃이 있는 늪지가 있었던 것이다.
조용하면서도 경관이 좋고 휴식하기엔 그만인 곳이다. 거기다가 낚시까지...
"그래 그곳이야" 하며 달리는 차안에는 "G선상의 아리아"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15:00경 도착
물이 많이 빠졌지만 안정되어 있었다. 다행이다. 상상했던 대로 조용하고 아름답고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이다. 숲으로 둘러 쌓여 있어 마치 비밀의 화원같은 곳이다. 씩씩하게 쭉쭉 뻗은 갈대수초,
곳곳에 노오랗게 이쁘게 떠 있는 연꽃, 가끔 지저귀는 새소리, 새물이 졸졸 흘러 들어오고......
이미 난 그렇게 한 폭의 수채화가 되어 있었기에 행복했다.

보잘것 없는 장비(대도 두개 밖에 없음.ㅎㅎㅎ)를 풀어 수초와 연꽃사이에 드리워 놓고
허기진 창자를 위로하고자 버너에 불을 올려 라면을 끓였다.
후루룩~~짭짭..
이맛을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언제 먹어도 좋다.
라면으로 느끼해진 목구멍을 23도씨 투명 알코올로 씻어 내리고서 釣道에 임한다.

이곳에서 처음 낚시를 하기에 조금은 긴장도 된다.
일단 2.3칸 연질대 하나에는 찐감자와 고구마 그리고 글루텐을 적당히 반죽하여 마지막에 양념으로
깻묵가루를 뿌려 섞은 나의 떡밥(사연있는 떡밥)과 그냥 글루텐 5번을 짝밥으로 달고
3칸 경질대에는 지렁이를 달아 이쁜 곳에 던졌다.
(왜 이쁜곳에 던지냐하면 이쁜 곳은 오래 봐도 지겹지 않으니까...ㅎㅎㅎ)

1시진이 지나도록 어신이 없다.
괜히 걱정도 된다. 고기가 설마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23도씨 투명알코올을 한모금 넘긴다.
2시진이 되어서야 드디어 어신이 왔다.
쏘~옥.쏙 두어번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서서히 찌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찌가 서서히 떠올라 정점에 다다른 순간 나의 믿음직한 오른손은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묵직한 것이 걸려서 수초사이로 들어가고 있었다.
2.3칸 짜리 연질대가 활처럼 휘어져도 녀석의 얼굴을 좀처럼 볼수가 없었다. 수초를 감은 것이다.
일단 대를 세우고 팔을 곧게 들어서 서서히 한발씩 뒤로 물러 섰다.
드디어 수초를 감고있는 녀석의 얼굴만 수면으로 들어올리는데 성공.

주위여건과 뜰채가 준비한된 상황이라서 일단 녀석에게 공기를 먹였다.
한 동안 공기를 먹은 녀석은 가만히 있었다.
실력이 없는 본인이기에 수초에 감겨있는 녀석을 안착시키는 것도 힘들었다.
그 수채화같은 곳에서 첫 손맛을 안겨준 주인공은 8치급 이쁜 토종붕어 였다.
크지 않았지만 첫 녀석이라 기뻣다.
기쁜 마음 역시 함께 해주는 것은 23도씨 투명알코올.........^^*

1시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오는 입질.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훌쩍 넘겨 버렸다.
그때였다. 잠시 헛점을 보이는 사이에 찌가 갑자기 쑤~욱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나도 모르게 순간 너무 빨리 잡아채 헛챔질을 한 것이다.
순간 헛챔질을 한 곳에서 3시방향으로 정체모를 괴물(4~5짜 추정)이 튀어올라 첨벙하며 물살을
가르는 것이 아닌가.....아뿔사....
그후로 두근 거리는 가슴을 안고서 釣道에 임했지만 입질이 뚝 끊기고 말았다.

아쉬움을 달래려고 23도씨 투명알코올을 들이키고 고개를 들어보니
숲천장 가운데 별님들이 수놓아져 있는 것이 아닌가...
아아~ 상상해보라 한폭의 그림처럼...그냥 별만 보인 것이 아니라 가에 숲으로 연못처럼 울타리가
쳐져 있고 그 안에 별들이 담겨 있는 그림을...(너무 오랜만이었으므로......)

그토록 아름다운 별들을 안주삼아 한 폭의 수채화로 있다보니 행복했고 이런 詩한 수가 생각났다.

千尺絲綸直下垂 一波才動萬波隨
夜靜水寒魚不食 萬船空載月明歸

천 길의 낚시줄을 아래로 드리우고
한 물결이 움직이니 만 갈래 물결이 따르도다.
그윽한 밤 차가운 물에 고기는 미끼를 물지 않으니
배 가득히 밝은 달빛만 싣고 돌아오누나.

....................................
보잘것 없는 글,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올리는 글이라 부족한 점 많으니 양해 바랍니다.
그냥 공감하고 싶은 내용중심으로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경호강 (2003-06-26 17:43:59)  
와! 한편의 수필을 읽었습니다. 훌륭하십니다.
(2003-06-26 17:57:02)  
G선상의 아리아.. 23도투명알콜.. 그리고 한편의 詩.. 장자와붕어님의 평화로운 낚시모습이 눈에 선히 보이는 듯 합니다. 조행기 잘 보았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아껴두었던 붕어아이콘 하나 달아 드립니다. 붕어찾아님과 같은 아이콘이지만 자세히 보시면 붕어 방향이 다릅니다.. 고맙습니다.
키요라 (2003-06-26 18:31:39)  
장자와붕어님 ^^*
조행기 잘 읽었습니다.
조행기에서 풍겨지는 풍류의 멋! 부럽습니다.
언제나 안출되시고 어복충만하십시요. ^^*
소류지 (2003-06-26 18:35:16)  
장자와붕어님 조행기 잘보았습니다. 글솜씨가 대단하십니다. 혼자서 잘 다니시는가봅니다.
항상 안출하시고, 건강하세요.
세현아빠 (2003-06-26 18:43:30)
조행기 잘 읽었습니다.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십니다.
참 아름다운 감성을 지니신 분 같군요. 또한 낚시를 즐긴다는건 참 행복한 일이 아닐까요?
장자와붕어 (2003-06-26 19:36:10)  
부족하고 보잘것 없는 글을 격려삼아 칭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수 있는 글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꾸벅
송애 (2003-06-26 19:46:19)  
우리경붕사에 글솜씨 좋은분들이 여러분들이 계시네요
좋은글을 한편 읽고나면 기분이 상쾌 해집니다
어른붕어님께서 첫조행기를 올려주셧네요 앞으로 좋은글 부탁합니다
언젠가 물가에서 만나뵙기를 바라면서 늘 건강 하세요
봉어 (2003-06-26 20:27:25)  
한결 완숙해줘만 가는 경붕사에 점점자리매김할수있는 좋으신분들이 이렇게 참여하는모습정말 보기좋습니다.
김찬영 (2003-06-26 21:49:54)  
멋진 조행기 자신도 모르게 분위기에 풍덩 하는거 아인가...
거 다가 투명 알코올 햐아 죽이는 조행기 잘 봣습니다.
거부기어빠 (2003-06-26 23:42:31)  
저도.언젠가..꼭..저렇게 멋진..조행기..올릴께여..잘읽구..갑니다...행복하세여..^^
왕초보 (2003-06-27 00:19:35)  
와!
무릉도원에 신선이 내려와 노니는 듯한 착각이 드네요.
그런데 음주단속 안걸리셨어요?
요즘 음주단속 억수로 심하던데.... ㅎㅎㅎ
조행기 잘 보고 갑니다.
언제 어디서든 풍성한 기분으로 즐낚하시고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쓰레기 살며시 줏어담아 돌아오소서.
정념 (2003-06-27 00:49:40)  
깔끔한 글,
보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덜렁군 (2003-06-27 08:12:19)  
예술입니다. 혹 중간에 한번 날렸셨다면 더욱더 예술입니다
가족분들을 위한 한폭의 그림같은 조행기 멋집니다
안빈낙도 (2003-06-27 12:20:12)  
낚시를 즐기는 우리네가 그냥 고기만를 잡는 어부가 아닌, 풍류를 곁들어 즐기는 멋쟁이들임을...그리고, 그렇게 될수있음을 은근히 일깨워 주시는 조행기.....반가운 마음으로 읽고갑니다.
님의 일상이 늘 그렇게 한폭의 수채화 마냥 아름다움과 행복으로 이어지시길....
수초 (2003-07-07 15:2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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