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2-07-24 (사회) 기획.연재 23면
기획르포 / 황소개구리 울음 사라지는 우포늪
*외래종 천적은 ‘토종자연’
쇠물닭의 울음소리,큰고니의 날갯짓 소리 속에 가시연꽃과 자라풀이 섞여 자라며 각시붕어의 힘찬 헤엄 위로 방울실잠자리가 평화롭게 날아다니는 경남 창녕군 우포늪.1억4000만년 전의 원시숨결을 고이 간직한 이곳에서 외래종인 황소개구리의 모습은 여간해서는 찾기 힘들었다.
20일 오전 6시쯤.장대 나룻배로 고기잡이를 마치고 들어오는 박한덕씨(53)는 “밤새 쳐놓은 그물에 황소개구리가 3마리 들어 있었다”면서 “몇년 전만 하더라도 그물 하나에 수십 마리가 들어 있어 그물이 무거울 정도였는데 이제는 거의 다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때부터 이곳에서 고기잡이를 해온 박씨는 1997년 황소개구리가 한창 극성을 부릴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박씨는 “물고기는 안잡히제,황소개구리만 뛰어다니고,그때 우리 마을에서 다른 곳으로 떠난 집이 6가구는 될거구마”라고 회상했다.박씨는 당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밤낮으로 황소개구리를 잡으러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징그러울 정도로 큰 황소개구리의 굵고 낮은 울음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어부들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황소개구리가 거의 사라진 것을 실감하고 있다.나룻배가 들어오는 길목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예전에는 황소개구리 울음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면서 “비온 뒤 나가보면 길바닥에 황소개구리가 버글버글했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마을의 유일한 수의사 박재훈씨(53)는 “황소개구리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보이지 않더니 참개구리같은 토종개구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황소개구리들이 왜 줄었는지 시원히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소개구리의 출현은 토종개구리와 어종들을 멸종위기에까지 몰아넣었다.황소개구리의 전국 확산은 천적이 없는데다 가공할 번식력 때문에 가능했다.토종 옴개구리가 100개 내외를 산란하고 참개구리는 500∼800개의 알을 낳는 반면 황소개구리는 산란기인 4월 중순부터 6월말까지 한번에 1만개에서 1만2000개의 알을 낳는다.
미국 동남부 저지대가 원산지인 황소개구리는 1970년대 초반 일본을 통해 실험용으로 국내에 도입됐다.당시 일본에서 식용자원으로 양식에 성공하자 소득사업을 위해 농가에 분양돼 사육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후 판매가 잘 되지 않자 방치되면서 산과 호수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황소개구리는 결국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했고,양식장 등에 서식하면서 참게 미꾸라지 등을 마구 잡아먹어 어민들의 생계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70여만평에 달하는 우포늪은 소벌(우포) 나무벌(목포) 쪽지벌,사지포 등 4개의 늪으로 이뤄져 있다.이중 황소개구리가 가장 많았던 곳은 우포늪 오른쪽의 쪽지벌.1997,98년에는 산란기인 5∼8월이면 황소개구리가 온통 도로를 점령했을 정도였다.그러나 지금은 하루종일 쪽지벌 주위를 돌아도 황소개구리를 만나기 쉽지 않다.‘우∼’ 하는 울음 소리를 두세 번 들었을 뿐이다.
황소개구리를 찾아 함께 우포늪을 둘러본 환경운동연합 배종혁 상임의장은 “우포늪에 살고 있는 왜가리 고니 등 새 때문에 황소개구리가 많이 없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새들이 몸집이 큰 황소개구리를 잡아먹지는 못하지만 올챙이를 마음껏 포식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곳 환경단체들도 생태계의 복원력에 주목하고 있다.배의장과 돌아보는 동안에도 환경단체 회원들이 대구 등 외지에서 찾아와 조개를 채집하는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 옥신각신했다.배의장은 “불법어로와 쓰레기 투척 등으로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다면 황소개구리 같은 외래종은 결국 모습을 감추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우포늪에서 자동차로 달려 한시간 정도 떨어진 주남저수지는 상황이 달랐다.주남저수지 역시 철새도래지로 유명했지만 인근의 아파트와 공장 등 때문에 최근 몇년 동안 찾아오는 새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었다.천적인 새들이 찾지 않으면서 주남저수지에는 황소개구리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창녕=하윤해기자
■황소개구리 급격히 줄었다…97년 서식 61곳서 20여곳으로
생태계의 무법자 황소개구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1973년 일본에서 식용으로 수입돼 전국으로 확산,토종 개구리 등을 마구 잡아먹어 생태계의 먹이사슬 구조를 위협하던 황소개구리가 최대 번성기였던 1997년을 고비로 최근 3분의1 수준까지 감소한 사실이 본보 특별취재결과 23일 확인됐다.
1997년 한국자연보존협회가 실태조사를 벌였을 당시 전국 61개 주요지역에서 황소개구리를 다수 발견했으나 최근 민간환경연구기관 등이 벌인 표본 조사결과 20여개 지역으로 서식지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심재한 박사는 “천적 역할을 하는 조류의 등장과 과포화된 황소개구리의 유전적 악순환 등 자연생태계 스스로의 복원력이 황소개구리 개체수를 감소시킨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박희천 경북대 생물학과 교수는 “수달과 왜가리,청둥오리 등의 공격을 받아 알과 올챙이가 많이 희생돼 숫자가 감소하고,이를 피해 큰놈들은 깊은 계곡이나 대형저수지로 서식처를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의 양재천과 용산 가족공원,경기도 팔당과 광주 등 수도권 지역도 최근들어 황소개구리가 거의 출몰하지 않아 사실상 소멸상태에 까지 이른 것으로 환경전문가들은 추정했다.또 대표적인 황소개구리 양식지역인 낙동강 유역의 문경과 안동,영천지역 역시 서식밀도가 급격히 감소했고,충청지방도 황소개구리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그러나 황소개구리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전북 나주시,장성군과 우포늪을 제외한 경남 창녕군 일대는 여전히 황소개구리 밀도가 높았다.
경기 가평의 김모씨(41)는 “얼마전까지는 밤에 간간이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요즘은 그마저 끊겼다”고 말했다.고양시 박모씨(59)는 “예전에는 행주대교 남단 한강에서 황소개구리가 밤마다 4∼5마리씩 걸렸는데 요즘은 거의 모습을 감췄다”고 말했다.
환경전문가들은 그러나 황소개구리 같은 외래어종의 경우 또다른 돌연변이를 통해 급속히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한편 환경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아직까지 실태조사를 안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김영석·하윤해기자
경남신문 10월 29일자 우포늪이 점령당했다
국내 최대 자연내륙습지인 창녕군 우포늪에 서식하고 있는 어류의 종류가 크게 감소해 지난 97년 조사에서 13과 38종이던 종이 올해 조사에서는 7과 17종으로 절반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창녕군 이방면, 대합면, 대지면 일대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4개 습지지역과 유어면 대대리 토평천을 대상으로 70개 지점을 선정해 어류생태계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지난 97년 창녕군조사에서 13과 38종이던 어류가 지난해 환경부조사에서 8과 19종으로 줄었으며, 올해 낙동강환경청조사에서는 7과 17종의 어류만 확인되어 종 다양성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지난 97년 조사에서 있었던 잉어과의 흰줄납줄게 각시붕어 칼납자루 줄납자루 참마자, 송사리과의 송사리, 큰가시고기과의 큰가시고기, 망둥어과의 밀어, 등복어과의 버들붕어, 바다빙어과의 빙어등이 이번조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조사에서는 우리나라 고유어종은 참몰개와 치리 등 2종류에 불과했고, 조사에서 포획된 600마리의 어류 중 45.2%인 270마리가 외래어종인 검정우럭과의 파랑볼우럭(블루길)과 큰입우럭(배스)으로 나타나 이들 외래어종의 개체가 급격히 증가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미 이들 습지지역의 우점종으로 자리잡은 외래어종인 파랑볼우럭과 큰입우럭이 엄청난 식성으로 고유어종들을 먹어치우면서 종다양성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보인다. 파랑볼우럭은 번식력이 높은 잡식어종으로 규조류와 녹조류, 수서곤충, 새우, 물고기 등 움직이는 생물을 잡아먹으며 큰입우럭은 치어 때는 주로
갑각류를 먹다 성어가 되면 수서곤충과 어류 등을 먹는 등 담수생태계를 파괴하는 대표적 어종으로 알려져 있다. 박승훈기자 fr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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