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제목이 우중출조님의 아이디가 되버렸네.
죄송해요.
오늘,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마치니, 마음이 저절로 콩밭으로 향한다.
여름 내내 교육받느라 붕어를 만난지가 오래도 되었건만,
이 놈의 비는 또 왜 이렇게 눈치가 없는지...
나의 낚시대에 곰팡이가 슬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원래 비가 오면 출조를 안 한다.
찝찝하고, 후지근 덥덥하고, 뒤처리하기도 힘들고 해서.
그러나 오늘은 두 눈 꼭 감고 출발하기로 했다.
10시가 넘은 시간에 갈 곳이 마땅히 없다.
어디로 갈까?
그래!
자연지로 가자.
갈 곳이 마땅찮으면 가는 곳이다.
철수하기도 좋고, 집 가까와서 좋고,
어쩌면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이랄까?
나에게는 그런 곳이다.
한데, 요즘 제법 큰 녀석들이 가끔씩 나온다는 소문이 있다.
기대 반, 설레임 반
항상 즐겨 앉는 상류 포인터에 자리를 잡았다.
날씨가 흐렸지만 얼굴을 태울 염려가 없어 좋다.
23, 27, 31 3대 폈다.
31은 수초 사이에 바짝 붙히고 나머지 두 대는 그냥 앞으로 던졌다.
시간은 흐르고 떡밥은 물 속으로 날아 간다.
그렇게 약 1시간이 흘렀다.
27대의 찌가 1마디가 오른다.
그래 좀 더 올려라.(침 꼴칵)
에궁!
도로 내려가 버리네.
잠시 후 31대의 찌가 1마디 올린다.
그래 좀 더...(또 긴장)
에궁!
또 내려가 버리네.
쌍바늘을 외바늘(5호 바늘, 1호 PE합사)로 교체했다.
외바늘로 교체하면 마이너스 2톱 정도 된다.
이 찌맞춤은 내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방법으로 물이 흐르지 않는 저수지에서 사용하는
환상적(?)인 찌맞춤이라 생각한다.
잠시 후 27대의 찌가 4마디 오른다.
휙~~~~,
억~~~~~!
대가 부러지려고 한다. 빨리 대를 세워야지....
잠시 실랑이 끝에 물 밖으로 조용히 들어내니 27정도의 토종!
이번에는 31대의 찌가 쭈욱~~~!
휙~~~~~,
억~~~~, 이거 뭐이가.
대를 못세우겠네.
근근히 끌어내니 등이 까맣고 빵이 엄청 좋은 27정도의 토종!
경사낳네, 경사...
슬며시 기분이 좋아진다.
콧노래가 절로 나고, 비는 조용히 내린다.
등 뒤의 산에는 구름이 낮게 깔려 한폭의 산수화요,
눈 앞의 경치 또한 무릉도원이다.
세상 천지에 이런 비경이 또 있을까?
<나 하늘로 돌아가서 이 세상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주변의 온 산에서는 벌초하느라 예초기가 돌아간다.
조상을 이렇게 잘 섬기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최고다.
.
.
.
어둠이 내렸다.
혹시 싶어 캐미를 꺽어 달았지만 잔챙이만 달려든다.
망태기를 살펴보니 27Cm 2마리, 25Cm 2마리, 20Cm 2마리가 들어 있다.
10Cm 붕어 2마리와 끄리 등은 고향으로 돌려 보냈다.
주변의 쓰레기를 주워 들통에 담고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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